마틴 루터 킹이 살아남았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와 같은 평가를 받거나, 출세했을 지는 의심스러움.
첫번째로 그의 낮은 인기 때문임. 살해 직전 그는 베트남 전쟁 반대와 사회주의적인 입장 때문에 전국에서 증오받고 있었고, 그를 지지하는 여론은 20%대 초반에 불과한 반면 그를 지지하지 않는 여론은 75%에 달했음. 그 다음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무조건 MLK를 감청, 감시했을 것이고, MLK를 옥죄는 사생활+정치 성향의 약점들을 더 잡아서 MLK의 평판을 끝장냈겠지(RFK가 당선되었다면 안그랬겠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RFK는 대통령이 될 수 없음)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적인 비전이 공격받고, 속으로는 사생활 공격까지 받고 있었으니 난 MLK가 그토록 외로운 싸움을 한 것에 개인적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임. 당대의 흑인 민권운동 인권가들조차, MLK가 죽기 직전의 이미지가 너무 개판이라 그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랠프 애버내시, 존 루이스, 제시 잭슨 같은 사람들을 내세워야할지 고민했음. 심지어 MLK의 가장 친근한 동맹인 RFK조차 MLK가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을 지경임.
막말로 1968년 살해 당시 MLK에 대한 평판은 현재의 AOC나 MTG와 비슷했고(극소수 극성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싫어하는) 198,90, 혹은 2000년대까지 살았더라도 정계에 진출할만큼 비호감도를 상쇄시키는게 불가능했을것이라 봄. 그가 생존했다면, 킹에 대한 비호감도는 아마도 현재 맬컴 X의 비호감도와 비슷했을 것임.
두번째로 마틴 루터 킹의 사회주의적 성향 때문임. MLK는 사회주의자였음. 그는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 전쟁이며 미국의 대기업이 식민지에 대한 지배를 영속화시키기 위해 일으킨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했음.
이걸 단순한걸로 치부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절대 단순하지 않음!!! 우선 RFK는 MLK가 사회주의자라는걸 알았다면(MLK는 죽을때까지 자기가 사회주의자라는거 커밍아웃 안했는데, RFK는 거의 조 매카시급 반공주의자였으니까) MLK를 구속시키자고 주장했을거임. 당대에는 NAACP(전미 유색인종 인권 향상 협의회)조차 공식적으로 반공주의, 반사회주의를 표방했음. "W. E. B. 두보이스는 마르크스주의자였잖아요?" ㅇㅇ 그래서 1961년 두보이스는 미국의 반공주의에 환멸이 나서 자기 조상이 살던 아프리카로 이민갔고 죽을때까지 미국으로 안돌아왔음. 1932년, 그러니까 뎁스의 사망 이후 가장 사회주의의 인기가 좋았던 시절에조차 흑인의 사회당에 대한 지지율은 2%밖에 안나왔음. 흑인들은 사회주의를 혐오했음.
MLK보다 훨씬 온건한 제시 잭슨과 비교해보셈. 제시 잭슨은 사회주의자가 아닌 자유주의자였고, 블랙 캐피탈리즘을 믿었으며, 킹에 비해 훨씬 주류 정치가들과 친했음. 그럼에도 제시 잭슨은 197~90년대 내내 백인 보수 중산층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현대 AOC의 이미지의 3배 이상으로 극좌 혁명가의 이미지가 있었음. "자유주의자" 잭슨이 이정도 평판인데, "사회주의자" MLK는 과연 어떤 평판이었을지? 그것도 한번도 구속된적이 없는 잭슨과 달리, 29번이나 구속되고 수백번이나 공개 행진을 조직한 MLK가?
세번째로 마틴 루터 킹의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임. 제시 잭슨은 극좌파라는 이미지와 달리 주류 정치권과 놀랍도록 친했음. 난 잭슨이 그토록 민주당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논리를 잘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가지고 있음. 하지만 MLK는 잭슨이 아님.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모두 혐오했고, 사실 죽을때까지도 RFK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 것으로 보임. 험프리나 유진 매카시도 좋아하지 않았고 닉슨과 LBJ를 혐오했음. 기본적으로 주류 정치인과 잘 지내지 못하는 인물임. 왜? 사회주의자니까.
이건 존 루이스나 제시 잭슨과는 다른거임. 둘은 최소한 민주당과 컨택해서, 입당하고, 그 소속으로 출마할 배짱이 있는 사람임. 그것을 위해서는 타협도 하고, 술도 같이 마실 용기가 있음. 이건 MLK의 보좌관인 앤드루 영(= 카터 정권 UN대사, 후일 애틀랜타 시장)도 마찬가지였음. 근데 MLK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님. MLK는 정치가 아니라 설교를 하는 사람임. 후대의 흑인 민권운동가와 달리 대선에 출마할만큼의 인맥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란거임.
덧붙이자면 난 이 때문에 킹이 과연 흑인 민권운동 조직을 유지할지조차 의문임. 왜냐하면 킹이 죽은지 5년도 안되어 킹의 조직이 분열되었기 때문임. 확실한건 아니지만, 마틴 루터 킹이 죽기 직전에 제시 잭슨과 조직 내에서 갈등을 겪었다고 알고 있음. 제시 잭슨은 킹이 죽자마자 킹의 목회자 조직을 탈퇴하고 사실상 킹의 모든 유산을 MLK의 공식 후계자인 랠프 애버내시로부터 강도질해서 흑인 민권운동의 새 리더가 되었음. 근데, 사실 이건 시간 문제에 불과하지, 킹이 그의 비호감도 때문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잃는다면 언제든지 제시 잭슨 -- 혹은 다른 민권운동 지도자에게 리드를 뺏겼을 수 있다고 봄.
네번째로 그의 건강 때문임. 킹은 39살에 죽었지만, 시신을 부검한 결과 신체 상태는 거의 60대 노인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드러났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임. 난 그가 암살 위험을 피했더라도 45살 쯤에 심장마비로 죽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라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