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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class="evewiki-dark-bg" id="evewiki-novel-body"> | | {{10.24 혁명 (두 번째 유신)}} |
| <div class="evewiki-novel-content" id="evewiki-drag-protection"> | | {| class ="wikitable" style="max-width: 460px; width: 100%; float: right; border: 2px solid #000; text-align: center" |
| <!-- 헤더 --> | | |- |
| <div class="novel-content-header"> | | ! colspan="2" style="color: #fff; background: #000" | {{+1|10.24 혁명}}<br>十二四 革命<br>2016 South Korean martial la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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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LLPAGENAME}} | | | colspan="2" style="border-left: none; border-right: none" | <div style="margin: -5.0px -9.0px">[[파일:ㅁㄴㅇㄹ.png]]</div> |
| </span> | | |- |
| | ! colspan="2" style="color: #fff; background: #000" | 국회의사당 본청으로 진입하는 계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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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tyle="width: 25%; color: #fff; background: #bc002d" | '''일시''' |
| | | style="text-align: left" | 2016년 10월 24일 03시 ~ 2016년 11월 6일 1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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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rowspan="2"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유형''' |
| | | style="text-align: left" | '''비상계엄''' <small>(형식)</sm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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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tyle="text-align: left" | '''혁명''' <small>(실질)</sm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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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선포자''' |
| | | style="text-align: left" | [[박근혜 (두 번째 유신)|박근혜]] <small>(당시 대한민국 대통령)</small> |
| | |- |
| | |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범위''' |
| | | style="text-align: left" | {{국기그림|대한민국}} 대한민국 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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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내용''' |
| | | style="text-align: left" | '''•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정치 활동 금지<br>• 국민의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 금지<br>• 파업, 태업, 집회 행위 금지<br>• 모든 언론과 출판의 통제''' |
| | |- |
| | |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전개''' |
| | | style="text-align: left" | <span class="mw-customtoggle-1024revolution1">'''[ 펼치기 · 접기 ]'''</span> |
| | <div class="mw-collapsible mw-collapsed hidden" id="mw-customcollapsible-1024revolution1"> |
| | [[2016년]] [[10월 24일]] 02시 23분<br> |
| | {{-1|'''[[박근혜 (두 번째 유신)|박근혜]] 대통령, 긴급 담화문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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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2시 27분<br> |
| | {{-1|'''박근혜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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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br> |
| | {{-1|'''계엄사령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발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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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3시 48분<br> |
| | {{-1|'''계엄군, 국회 진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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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4시 26분<br> |
| | {{-1|'''계엄군, [[정세균 (두 번째 유신)|정세균]] 국회의장 체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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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5시 01분<br> |
| | {{-1|'''[[심재철 (두 번째 유신)|심재철]] 국회부의장, 국회 본회의 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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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5시 11분<br> |
| | {{-1|'''계엄군, 국회 본회의장 진입 및 국회의원 체포 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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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 24일]] 05시 16분<br> |
| | {{-1|'''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 불성립 <small>(정족수 미달)</sm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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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1월 6일]] 12시 00분<br> |
| | {{-1|'''박근혜 대통령, 비상계엄 해제 및 경비계엄 전환'''}} |
| </div> | | </di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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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ml><button class="btn btn-secondary tools-btn" id="font-family-pretendard" onclick="pretendard()"><div id="novel-btn-pretendard">고딕</div></button> <button class="btn btn-secondary tools-btn" id="font-family-myeongjo" onclick="myeongjo()"><div id="novel-btn-myeongjo">명조</div></button> <button class="btn btn-secondary tools-btn" id="font-size-up"><div id="novel-btn-up">+</div></button> <button class="btn btn-secondary tools-btn" id="font-size-down"><div id="novel-btn-down">-</div></button></html>
| | |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영향''' |
| </div>
| | | style="text-align: left" | '''[[추미애 (두 번째 유신)|추미애]], [[안철수 (두 번째 유신)|안철수]] 등 반국가세력 체포 및 국회의원 제명'''<br>'''[[한겨레 (두 번째 유신)|한겨레]], [[JTBC (두 번째 유신)|JTBC]] 등 반국가 언론사 정간·정파'''<br>'''[[더불어민주당 (두 번째 유신)|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두 번째 유신)|정의당]] 등 반국가 정당 해산청구'''<br>반국가세력에 대한 간첩죄 수사 및 형사재판 전개<br>헌법재판관 [[이정미 (두 번째 유신)|이정미]], [[김이수 (두 번째 유신)|김이수]]을 등 반국가 법관의 사퇴 |
| <!-- 헤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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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 -->
| | | style="color: #fff; background: #bc002d" | '''결과''' |
| <div class="novel-content-main" id="novel-content-main">
| | | style="text-align: left" | '''무혈 혁명 성공'''<br>'''[[2차 유신헌법]] 시행, 제7공화국 수립'''<br>'''[[박근혜 (두 번째 유신)|박근혜]] 대통령 종신 집권''' |
|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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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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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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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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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 전 감자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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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너 혼자만 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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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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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 만 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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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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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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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일하기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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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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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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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 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 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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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 집엔 이거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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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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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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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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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점순의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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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동리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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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얼른 시집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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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웃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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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려 마서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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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질게 후려쌔리고 달아날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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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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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 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딸리면 점순이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 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네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하면 내가 점순이 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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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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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 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탉을 꼭 붙들어 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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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의 씨닭! 죽어라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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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알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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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점순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 지게 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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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의 계집애! 남의 닭 알 못 낳으라구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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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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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닭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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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닭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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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년아! 남의 닭 아주 죽일 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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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닭을 내팽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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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더럽다!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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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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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암탉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물지똥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알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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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바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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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 너 배냇병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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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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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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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울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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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점순이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 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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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점순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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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벼슬을 좋아한다면서도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수탉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수탉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수탉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모이를 쥐고 와서 꾀어내다가 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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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장독께로 갔다. 쌈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 한다. 장독에서 고추장 한 접시를 떠서 닭 주둥아리께로 들여 밀고 먹여 보았다. 닭도 고추장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 접시 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시는 용을 못쓸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횃속에다 가두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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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에 두엄을 두어 짐 져내고 나서 쉴 참에 그 닭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점순이만 저희 울안에서 헌옷을 뜯는지 혹은 솜을 터는지 웅크리고 앉아서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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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점순네 수탉이 노는 밭으로 가서 닭을 내려놓고 가만히 맥을 보았다. 두 닭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었다. 멋지게 쪼는 바람에 우리 닭은 또 피를 흘리고 그러면서도 날갯죽지만 푸드득푸드득하고 올라 뛰고 뛰고 할뿐으로 제법 한번 쪼아 보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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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한번엔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펄쩍 뛰더니 발톱으로 눈을 하비고 내려오며 면두를 쪼았다. 큰 닭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물러난다.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우리 수탉이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면두를 쪼니 그제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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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옳다 알았다, 고추장만 먹이며는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닭쌈을 붙여 놓는 데 놀라서 울 밖으로 내다보고 섰던 점순이도 입맛이 쓴지 눈쌀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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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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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한다! 잘한다!"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뻐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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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큰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호들갑스레 연거푸 쪼는 서슬에 우리 수탉은 찔끔 못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점순이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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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다 못하여 덤벼들어서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고추장을 좀더 먹였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장독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고추장을 들이댔다. 흥분으로 말미암아 그런지 당최 먹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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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하릴없이 닭을 반듯이 눕히고 그 입에다 궐련 물부리를 물리었다. 그리고 고추장물을 타서 그 구멍으로 조금씩 들여 부었다. 닭은 좀 괴로운지 킥킥하고 재채기를 하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괴로움은 매일 같이 피를 흘리는 데 댈 게 아니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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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한 두어 종지 가량 고추장물 먹이고 나서는 나는 고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던 닭이 왜 그런지 고개를 살며시 뒤틀고는 손아귀에서 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볼까 봐서 얼른 홰에다 감추어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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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계집애가 필연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홰에서 꺼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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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닭을 잡아다 가두고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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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삭정이를 따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다.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 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나무를 지고는 부리나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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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반 집에 다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시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고 앞에서 또 푸드득, 푸드득, 하고 들리는 닭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닭을 집어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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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나뭇지게도 벗어 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 막대기를 뻗치고 허둥허둥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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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수탉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지경에 이르렀다. 닭도 닭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호드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 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새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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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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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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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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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일어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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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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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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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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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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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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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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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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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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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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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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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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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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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말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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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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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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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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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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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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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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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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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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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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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omment-st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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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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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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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wiki-novel-b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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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dth: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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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ight: 60v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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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dding: 1.5em 2.5em 1.5em 2.5em;
| |
| background-color: #F5F8FA;
| |
| border-radius: 1.0em;
| |
| border: 1px solid #CCD4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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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x-shadow: 0px 4px 20px rgb(0 0 0 / 5%);
| |
| }
| |
| .evewiki-novel-content {
| |
| width: 100%;
| |
| height: calc(60vh - 3.0em);
| |
| }
| |
| /* 드래그 방지입니다. */
| |
| #evewiki-drag-protection {
| |
| -webkit-user-select: none;
| |
| -moz-user-select: none;
| |
| -ms-user-select: none;
| |
| user-select: none;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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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더입니다. */
| |
| .novel-content-header {
| |
| display: inline-block;
| |
| width: auto;
| |
| height: 40px;
| |
| font-size: 14.0pt;
| |
| text-align: left;
| |
| font-weight: bold;
| |
| }
| |
| .novel-content-btn {
| |
| display: inline-block;
| |
| float: right;
| |
| height: 40px;
| |
| font-size: 14.0pt;
| |
| text-align: left;
| |
| font-weight: bold;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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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튼입니다 */
| |
| #font-family-pretendard, #font-family-myeongjo {
| |
| height: 30px;
| |
| box-shadow: 0px 0px 10px rgb(0 0 0 / 10%);
| |
| }
| |
| #font-size-up, #font-size-down {
| |
| width: 30px;
| |
| height: 30px;
| |
| box-shadow: 0px 0px 10px rgb(0 0 0 / 10%);
| |
| }
| |
| #novel-btn-pretendard {
| |
| margin: -0.15em 0 0 0;
| |
| font-family: 'Pretendard';
| |
| font-weight: 400;
| |
| }
| |
| #novel-btn-myeongjo {
| |
| margin: -0.15em 0 0 0;
| |
| font-family: 'ChosunSm';
| |
| font-weight: 400;
| |
| }
| |
| #novel-btn-up {
| |
| margin: -0.25em 0 0-0.3em;
| |
| }
| |
| #novel-btn-down {
| |
| margin: -0.25em 0 0-0.25em;
| |
| }
| |
| /* 본문입니다. */
| |
| .novel-content-main {
| |
| width: 100%;
| |
| height: calc(100% - 40px);
| |
| }
| |
| #novel-content-main {
| |
| font-family: 'Pretendard';
| |
| font-size: 14px;
| |
| line-height: 200%;
| |
| word-break: break-all;
| |
| }
| |
| /* 스크롤바입니다. */
| |
| .novel-content-main {
| |
| overflow-x: hidden;
| |
| overflow-y: overlay;
| |
| padding-right: 12.0px;
| |
| }
| |
| /* 스크롤바 영역입니다. */
| |
| .novel-content-main::-webkit-scrollbar {
| |
| width: 12px;
| |
| transition: 250ms;
| |
| }
| |
| /* 스크롤바 막대입니다. */
| |
| .novel-content-main::-webkit-scrollbar-thumb {
| |
| background: #adb5bdb6;
| |
| border-radius: 20px;
| |
| border: 3px solid transparent;
| |
| background-clip: padding-box;
| |
| transition: 250ms;
| |
| }
| |
| /* 스크롤바 배경입니다. */
| |
| .novel-content-main::-webkit-scrollbar-track {
| |
| background: transparent;
| |
| transition: 250ms;
| |
| }
| |
| /* 글꼴 */
| |
| @font-face {
| |
| font-family: 'ChosunSm';
| |
| src: url('https://cdn.jsdelivr.net/gh/projectnoonnu/noonfonts_20-04@1.1/ChosunSm.woff') format('woff');
| |
| font-weight: normal;
| |
| font-style: normal;
| |
| }
| |
| /* 데스크톱(1023px 이하) */
| |
|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
| |
| .title {
| |
| display:none
| |
| }
| |
| }
| |
| /* 모바일(397px 이하) */
| |
| @media screen and (max-width: 397px) {
| |
| .novel-content-main {
| |
| height: calc(100% - 80px);
| |
| }
| |
| .novel-content-header {
| |
| height: 36px;
| |
| }
| |
| .novel-content-btn {
| |
| float: left;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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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yle> | |
| <script> | |
| // 글자 크기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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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r min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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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r max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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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function increaseFontSize() {
| |
| var novelcontentmain = document.getElementById('novel-content-main'),
| |
| currentFontSize = parseFloat(window.getComputedStyle(novelcontentmain, null).fontSize);
| |
|
| |
| if (currentFontSize < max) {
| |
| novelcontentmain.style.fontSize = ++currentFontSize + 'px';
| |
| }
| |
| }
| |
| | |
| function decreaseFontSize() {
| |
| var novelcontentmain = document.getElementById('novel-content-main'),
| |
| currentFontSize = parseFloat(window.getComputedStyle(novelcontentmain, null).fontSize);
| |
|
| |
| if (currentFontSize > min) {
| |
| novelcontentmain.style.fontSize = --currentFontSize + 'px';
| |
| }
| |
| }
| |
| | |
| document.querySelector('#font-size-up').addEventListener('click', increaseFontSize);
| |
| | |
| | |
| document.querySelector('#font-size-down').addEventListener('click', decreaseFont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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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글꼴 조정
| |
| function pretendard() {
| |
| document.getElementById('novel-content-main').style.fontFamily = 'Pretendard';
| |
| }
| |
| function myeongjo() {
| |
| document.getElementById('novel-content-main').style.fontFamily = 'ChosunSm';
| |
| } | |
| </scri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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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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