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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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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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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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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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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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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답을 찾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 있고, 답을 잃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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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그 차이를, 스무두 번째 봄이 끝나갈 무렵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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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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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쿠슈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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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벚꽃 잎이 흩날리고,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신입생들이 동아리 홍보 전단을 나눠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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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앞 분수에서는 햇살이 부서졌고, 강의동으로 향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미래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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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풍경 속에서 유독 조용한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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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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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실의 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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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은 그녀를 '황실의 보석'이라 칭송했고, 국민들은 그녀를 '국가의 얼굴'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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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한 번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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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라는 이름보다 먼저 따라오는 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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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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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두 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제나 보이지 않는 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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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도 조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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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들도 말을 골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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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그녀를 힐끗 바라본 뒤 시선을 거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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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는 늘 사람들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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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곁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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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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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 수강신청 화면에서 우연히 발견한 교양 과목 하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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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인간관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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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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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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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와는 가장 먼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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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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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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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강의실에서 한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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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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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인간관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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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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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첫마디는 칠판보다 먼저 학생들의 마음에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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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안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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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노트북을 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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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펜을 돌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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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아직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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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아무 말 없이 공책 첫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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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질문을 그대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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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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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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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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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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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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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고 차분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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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에 들어온 학생은 짧은 검은 머리에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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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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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이 머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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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에는 빈자리가 몇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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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은 비어있는 자리를 창자 두리번 거리다가 호노카 옆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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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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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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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서로를 다시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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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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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수업은 플라톤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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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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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톤은 사랑을 결핍에서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동의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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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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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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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행복한 사람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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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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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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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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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 옆의 학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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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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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은 잠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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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은 시작일 수는 있지만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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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원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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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려는 과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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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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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해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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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처음으로 옆사람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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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은 발표를 마친 뒤 괜히 연필 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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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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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받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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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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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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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도 가방을 메려다 문득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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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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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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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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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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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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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아주 작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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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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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호노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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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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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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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한다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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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창밖을 바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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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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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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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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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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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괜찮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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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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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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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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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늘 호노카에게 먼저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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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호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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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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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실을 알아챈 것처럼 나츠메는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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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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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두 사람은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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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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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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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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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읽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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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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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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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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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하게도 대화는 한 번도 억지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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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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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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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소로 돌아온 호노카는 공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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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에는 여전히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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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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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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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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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몇 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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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문장 아래에는 전혀 다른 대답이 적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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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의 호노카는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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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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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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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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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칠판에 단 한 줄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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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노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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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는 플라톤의 향연을 읽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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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스크린에는 고대 그리스의 연회 그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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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에서 사랑은 하나의 정의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결핍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이라 말하며, 또 누군가는 영혼을 성장시키는 힘이라고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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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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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번 과제는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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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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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두 사람이 함께 하나의 답을 만들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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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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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는 제가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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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터에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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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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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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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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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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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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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무심코 옆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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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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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웃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안도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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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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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난 뒤 호노카가 먼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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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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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후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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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워 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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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비어 있었던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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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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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나츠메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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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웃음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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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쿠슈인대학교 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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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이 높고, 오래된 나무 책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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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철학 서가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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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은 몇 번 읽어도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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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책을 넘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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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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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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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읽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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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잠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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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어려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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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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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답은 반칙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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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원래 반칙이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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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동시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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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학생들이 힐끗 바라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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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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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웃은 적이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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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없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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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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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영화 이야기로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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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야기에서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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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서 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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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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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어릴 때 어떤 아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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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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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많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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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부정 못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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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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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는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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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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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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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롭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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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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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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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대답이 이상하게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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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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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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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믿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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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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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라면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먼저 다가올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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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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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사람과 가까워지는 사람은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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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나츠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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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종이에 작은 글씨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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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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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받지 못할 때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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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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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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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를 위해 둘은 미술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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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교수는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 하나를 골라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추가 과제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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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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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오래된 유화 앞에서 나란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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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맞잡은 연인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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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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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얼굴을 안 그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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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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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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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기 자신을 그 자리에 넣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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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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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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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저 그림 속 두 사람은 누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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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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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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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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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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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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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 몇 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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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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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이 조금 빨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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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이 되자 둘은 캠퍼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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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은 어느새 절반쯤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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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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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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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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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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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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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말을 고르다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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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핑계로 또 만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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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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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계가 없어도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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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한마디에 호노카는 순간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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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그 말이 얼마나 큰 의미로 들릴지 미처 깨닫지 못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앞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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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한 걸음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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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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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잎 하나가 나츠메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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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무심코 손을 뻗어 꽃잎을 떼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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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의 손끝이 아주 잠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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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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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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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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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잠시 호노카를 바라보다 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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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따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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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짧은 한마디는 그날 밤 내내 호노카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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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기숙사 책상에 앉아 과제 노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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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페이지에는 여전히 같은 질문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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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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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펜을 들었다가, 한참 동안 아무 글자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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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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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은 이제 철학이 아니라, 한 사람의 표정을 이해하고 싶어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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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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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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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캠퍼스는 봄과 여름 사이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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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은 모두 져 버렸지만, 나무들은 더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갔다.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으로 향했고, 교정에는 처음보다 훨씬 편안한 웃음소리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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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도 어느새 이 풍경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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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달라진 것은 계절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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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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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문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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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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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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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셔츠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린 차림, 어깨에는 낡은 캔버스 가방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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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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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도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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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어색한 침묵은 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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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란히 강의실로 들어가는 일도, 창가 자리에 함께 앉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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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무슨 내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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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노트를 꺼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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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교탁 위에 놓인 책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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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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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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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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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교수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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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판에는 두 단어만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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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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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T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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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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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사람을 '본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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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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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버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는 상대를 목적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만나는 '나-너'의 관계, 다른 하나는 상대를 수단이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나-그것'의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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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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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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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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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친구에게 '오늘 힘들었어?'라고 묻는 이유가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해서라면 그것은 '나-너'입니다. 하지만 시험 자료를 얻기 위해 일부러 친절하게 다가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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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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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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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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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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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무심코 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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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만나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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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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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난 뒤, 교수는 새로운 과제를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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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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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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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동안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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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해석하지도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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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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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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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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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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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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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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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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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처음부터 의미를 붙이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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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츠메는 누구를 관찰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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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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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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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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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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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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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도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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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표정 보니까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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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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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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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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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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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걸을 때 항상 상대의 보폭에 맞춰 걷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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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느린 사람과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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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빠른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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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의식한 적 없었는데, 오늘은 그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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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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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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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말이 적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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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누군가가 말을 시작하면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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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마실 때는 늘 마지막 한 모금이 식을 때까지 천천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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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는 책장을 넘길 때조차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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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웃을 때는 눈부터 먼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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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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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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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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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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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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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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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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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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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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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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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차마 그 뒤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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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하면 나는 요즘, 자꾸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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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아직 마음속에만 간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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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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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기숙사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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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과제 제목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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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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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동안 빈 종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첫 문장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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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조용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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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바로 줄을 하나 긋고 그 문장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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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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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관찰이 아니라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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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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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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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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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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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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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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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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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언젠가 사랑의 가장 조용한 시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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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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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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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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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가 나온 지 사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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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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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행동들이 이제는 자꾸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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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강의가 끝나면 가장 마지막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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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의자를 원래 위치로 밀어 넣고, 창문이 열려 있으면 조용히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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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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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늘 그렇게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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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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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이유를 찾으려다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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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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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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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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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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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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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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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나츠메 역시 과제를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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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다른 학생을 관찰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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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에서 늘 활발하게 웃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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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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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동아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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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노트는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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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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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가장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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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나츠메의 시선도 한 사람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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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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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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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과제를 마친 둘은 캠퍼스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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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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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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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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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준비는 잘 돼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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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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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평범한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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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츠메는 오늘 따라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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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면 호노카는 늘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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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와 마주쳐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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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이 떠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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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미소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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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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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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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잠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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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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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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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한마디에 호노카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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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번 웃음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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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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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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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를 위해 둘은 각자 작성한 메모를 보여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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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망설이다가 노트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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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첫 줄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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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 늦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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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것까지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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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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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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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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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몰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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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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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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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나츠메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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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도 노트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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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첫 문장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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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사람들 앞에서는 한 번도 한숨을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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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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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창밖을 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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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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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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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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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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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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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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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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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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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고 싶었는데 내가 본 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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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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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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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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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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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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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알아봐 줬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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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이 끝나자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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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초록 잎들이 흔들리는 소리만 둘 사이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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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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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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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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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그저 호노카 곁에 나란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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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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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노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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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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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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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수업 기억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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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 |
|
| |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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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지금은 네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보다, 네 옆에 있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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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호노카는 처음으로 그 말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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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사람은 반드시 말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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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침묵도 누군가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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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날 해 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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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둘은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아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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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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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오히려 지금까지 나눴던 어떤 대화보다도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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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호노카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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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철학은 정답을 가르쳐 주는 학문이 아니라,
| |
|
| |
| 누군가를 더 깊이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학문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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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츠메에게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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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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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노카는 기숙사 창문을 열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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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늦봄의 바람이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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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책상 위에는 철학 과제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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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과제 제목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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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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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동안 펜을 들고만 있던 호노카는 천천히 첫 문장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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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는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절대로 끼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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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잠시 생각한 뒤 두 번째 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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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웃을 때는 눈이 먼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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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 번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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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혼자 있을 때도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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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노카는 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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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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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과제를 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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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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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나츠메라는 사람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는 걸까."
| |
|
| |
| 그 순간 오후에 있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 |
|
| |
| "오늘은 네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보다, 네 옆에 있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서."
| |
|
| |
| 그 말을 떠올리자 가슴 한쪽이 조용히 따뜻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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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노카는 자신도 모르게 노트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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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수업 날 적어 두었던 문장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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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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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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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수업 첫날에는 철학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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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답을 찾으면 끝나는 질문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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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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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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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서관에서 웃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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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서 한참 동안 그림을 바라보던 옆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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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계가 없어도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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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짧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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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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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 주던 따뜻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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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노카는 펜을 들어 질문 아래에 작은 글씨를 적으려다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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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직은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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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을 적기에는 너무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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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그녀는 대신 노트를 덮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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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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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에서는 초여름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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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질문은 바람보다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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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노카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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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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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그녀는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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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질문이 언젠가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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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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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 | | == 김종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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