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글 →어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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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호노카는 아직 알지 못했다. | 그때의 호노카는 아직 알지 못했다. | ||
===제2장=== | |||
향연 | |||
"사랑이란 무엇인가." | |||
교수는 칠판에 단 한 줄을 적었다. | |||
학생들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노트를 펼쳤다. | |||
"지난주에는 플라톤의 향연을 읽어 왔습니다." | |||
강의실 스크린에는 고대 그리스의 연회 그림이 떠올랐다. | |||
"향연에서 사랑은 하나의 정의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결핍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이라 말하며, 또 누군가는 영혼을 성장시키는 힘이라고 말하지요." | |||
교수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 |||
"그래서 이번 과제는 간단합니다." | |||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 |||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두 사람이 함께 하나의 답을 만들어 오세요." | |||
강의실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 |||
"조는 제가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 |||
프로젝터에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 |||
. | |||
. | |||
17조. | |||
호노카. | |||
나츠메. | |||
호노카는 무심코 옆을 바라보았다. | |||
나츠메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 | |||
둘 다 웃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안도한 표정이었다. | |||
"도서관에서 할까요?" | |||
수업이 끝난 뒤 호노카가 먼저 물었다. | |||
"좋아요." | |||
"오늘 오후는 어때요?" | |||
"비워 둘게요." | |||
"원래 비어 있었던 거 아니에요?" | |||
"...들켰네요." | |||
처음으로 나츠메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 |||
그 웃음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 |||
가쿠슈인대학교 중앙도서관. | |||
천장이 높고, 오래된 나무 책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 | |||
둘은 철학 서가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다. | |||
"향연은 몇 번 읽어도 어렵네요." | |||
호노카가 책을 넘기며 말했다. | |||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 |||
"그런데?" | |||
"세 번째 읽으니까..." | |||
나츠메는 잠시 웃었다. | |||
"...더 어려워졌어요." | |||
호노카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
"그런 답은 반칙 아닌가요?" | |||
"철학은 원래 반칙이 많잖아요." | |||
둘은 동시에 웃었다. | |||
주변 학생들이 힐끗 바라볼 정도로. | |||
호노카는 문득 깨달았다. | |||
학교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웃은 적이 언제였더라. | |||
아마.. 없었던거 같다. | |||
과제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 |||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영화 이야기로 흘러가고, | |||
영화 이야기에서 음악으로, | |||
음악에서 여행으로, | |||
여행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로 이어졌다. | |||
"나츠메는 어릴 때 어떤 아이였어요?" | |||
"말이 없었어요." | |||
"지금도 많지는 않잖아요." | |||
"...그건 부정 못 하겠네요." | |||
호노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
"친구는 많았어요?" | |||
나츠메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 |||
"몇 명." | |||
"외롭진 않았어요?" | |||
"...가끔." | |||
호노카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 |||
그 대답이 이상하게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 |||
"호노카는?" | |||
"저도 비슷해요." | |||
"안 믿기는데." | |||
"왜요?" | |||
"호노카라면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먼저 다가올 것 같아서." | |||
호노카는 조용히 웃었다. | |||
"다가오는 사람과 가까워지는 사람은 다르더라고요." | |||
그 말에 나츠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
대신 종이에 작은 글씨를 적었다. | |||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 |||
이해받지 못할 때 외롭다. | |||
호노카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 |||
며칠 뒤. | |||
과제를 위해 둘은 미술관을 찾았다. | |||
철학 교수는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 하나를 골라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추가 과제를 내주었다. | |||
전시장 한가운데. | |||
두 사람은 오래된 유화 앞에서 나란히 섰다. | |||
손을 맞잡은 연인의 뒷모습. | |||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 |||
"왜 얼굴을 안 그렸을까요?" | |||
호노카가 물었다. | |||
나츠메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 |||
"누구나 자기 자신을 그 자리에 넣을 수 있게." | |||
"그럼..." | |||
호노카는 조용히 웃었다. | |||
"지금 저 그림 속 두 사람은 누구예요?" | |||
나츠메는 대답하지 않았다. | |||
대신 아주 천천히, | |||
호노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
눈이 마주쳤다. | |||
몇 초였을까. | |||
아니면 몇 분이었을까. | |||
호노카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 |||
심장이 조금 빨라져 있었다. | |||
저녁이 되자 둘은 캠퍼스로 돌아왔다. | |||
벚꽃은 어느새 절반쯤 떨어져 있었다. | |||
"오늘 즐거웠어요." | |||
호노카가 말했다. | |||
"저도요." | |||
잠시 침묵. | |||
"다음 주에도..." | |||
호노카는 말을 고르다 작게 웃었다. | |||
"과제 핑계로 또 만날까요?" | |||
나츠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핑계가 없어도 괜찮은데." | |||
그 한마디에 호노카는 순간 말을 잃었다. | |||
나츠메는 그 말이 얼마나 큰 의미로 들릴지 미처 깨닫지 못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앞을 향해 걸어갔다. | |||
호노카는 한 걸음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 |||
봄바람이 불었다. | |||
벚꽃잎 하나가 나츠메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 |||
호노카는 무심코 손을 뻗어 꽃잎을 떼어 주었다. | |||
두 사람의 손끝이 아주 잠깐 스쳤다. | |||
"아." | |||
"...미안." | |||
"아니에요." | |||
나츠메는 잠시 호노카를 바라보다 작게 미소 지었다. | |||
"손, 따뜻하네요." | |||
그 짧은 한마디는 그날 밤 내내 호노카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 |||
그녀는 기숙사 책상에 앉아 과제 노트를 펼쳤다. | |||
첫 페이지에는 여전히 같은 질문이 적혀 있었다. | |||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 |||
그녀는 펜을 들었다가, 한참 동안 아무 글자도 쓰지 못했다. | |||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 |||
자신은 이제 철학이 아니라, 한 사람의 표정을 이해하고 싶어졌다는 것을. | |||
===제3장=== | |||
타인의 얼굴 | |||
5월의 캠퍼스는 봄과 여름 사이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다. | |||
벚꽃은 모두 져 버렸지만, 나무들은 더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갔다.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으로 향했고, 교정에는 처음보다 훨씬 편안한 웃음소리가 늘어났다. | |||
호노카도 어느새 이 풍경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 |||
하지만 달라진 것은 계절뿐만이 아니었다. | |||
"...좋은 아침." | |||
강의실 문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
호노카가 고개를 들었다. | |||
나츠메였다. | |||
언제나처럼 셔츠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린 차림, 어깨에는 낡은 캔버스 가방이 걸려 있었다. | |||
"좋은 아침." | |||
호노카도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 |||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어색한 침묵은 더 이상 없었다. | |||
나란히 강의실로 들어가는 일도, 창가 자리에 함께 앉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 |||
"오늘은 무슨 내용일까요?" | |||
호노카가 노트를 꺼내며 물었다. | |||
나츠메는 교탁 위에 놓인 책을 바라봤다. | |||
"부버." | |||
"나와 너?" | |||
"응." | |||
잠시 후 교수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 |||
칠판에는 두 단어만 적혔다. | |||
나(I) | |||
너(Thou) | |||
교수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
"여러분은 사람을 '본다'고 생각합니까?" |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
"부버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는 상대를 목적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만나는 '나-너'의 관계, 다른 하나는 상대를 수단이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나-그것'의 관계입니다."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 |||
"생각보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 |||
교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 |||
"예를 들어 친구에게 '오늘 힘들었어?'라고 묻는 이유가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해서라면 그것은 '나-너'입니다. 하지만 시험 자료를 얻기 위해 일부러 친절하게 다가간다면?" | |||
"나-그것." | |||
"맞습니다." | |||
교수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 |||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 |||
호노카는 무심코 펜을 멈췄다. | |||
"사랑이란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만나는 용기입니다." | |||
그 말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속에 남았다. | |||
수업이 끝난 뒤, 교수는 새로운 과제를 공지했다. | |||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과제입니다." | |||
학생들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 |||
"일주일 동안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오세요." | |||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해석하지도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세요." | |||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 |||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 |||
"관찰이라..." | |||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 |||
호노카가 작게 중얼거렸다. | |||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네요." | |||
나츠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 |||
"사람은 처음부터 의미를 붙이려고 하니까." | |||
"그럼 나츠메는 누구를 관찰할 거예요?" | |||
"...아직." | |||
"저는 정했어요." | |||
"벌써?" | |||
호노카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 |||
"비밀." | |||
나츠메도 피식 웃었다. | |||
"그 표정 보니까 아닌 것 같은데." | |||
"들켰네요." | |||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 |||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 |||
호노카는 문득 깨달았다. | |||
나츠메는 걸을 때 항상 상대의 보폭에 맞춰 걷는 사람이었다. | |||
조금 느린 사람과는 천천히. | |||
조금 빠른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 |||
한 번도 의식한 적 없었는데, 오늘은 그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 |||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 |||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 |||
나츠메는 말이 적은 사람이었다. | |||
하지만 누군가가 말을 시작하면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 |||
커피를 마실 때는 늘 마지막 한 모금이 식을 때까지 천천히 마셨다. | |||
도서관에서는 책장을 넘길 때조차 조심스러웠다. | |||
그리고 웃을 때는 눈부터 먼저 웃었다. | |||
호노카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
"왜 웃어요?" | |||
"아무것도 아니에요." | |||
"아닌데." | |||
"과제 때문이에요." | |||
"과제?" | |||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 |||
나츠메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 |||
"그래?" | |||
"응." | |||
호노카는 차마 그 뒤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 |||
'왜냐하면 나는 요즘, 자꾸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 |||
그 말은 아직 마음속에만 간직하기로 했다. | |||
그날 저녁. | |||
호노카는 기숙사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 |||
오늘의 과제 제목은 간단했다. | |||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 |||
한참 동안 빈 종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첫 문장을 적었다. | |||
"나츠메는 조용한 사람이다." | |||
곧바로 줄을 하나 긋고 그 문장을 지웠다. | |||
아니었다. | |||
그것은 관찰이 아니라 평가였다. | |||
다시 펜을 들었다. | |||
"나츠메는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 |||
이번에는 지우지 않았다. | |||
한 줄. | |||
또 한 줄. | |||
호노카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알지 못했다. | |||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언젠가 사랑의 가장 조용한 시작이었다는 것을. | |||
. | |||
. | |||
. | |||
과제가 나온 지 사흘째. | |||
호노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 |||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행동들이 이제는 자꾸 눈에 들어왔다. | |||
나츠메는 강의가 끝나면 가장 마지막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
다른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의자를 원래 위치로 밀어 넣고, 창문이 열려 있으면 조용히 닫았다. | |||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 |||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늘 그렇게 행동했다. | |||
'왜 저럴까.' | |||
호노카는 이유를 찾으려다가 멈췄다. | |||
평가하지 말 것. | |||
해석하지 말 것. | |||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 |||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 |||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 |||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 |||
반대로 나츠메 역시 과제를 시작하고 있었다. | |||
처음에는 다른 학생을 관찰하려 했다. | |||
학생회에서 늘 활발하게 웃는 학생. | |||
도서관 사서. | |||
같은 동아리 선배. | |||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노트는 비어 있었다. | |||
교수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 |||
"당신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가장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바라보세요." | |||
결국 나츠메의 시선도 한 사람에게 향했다. | |||
호노카. | |||
어느 날 오후. | |||
도서관에서 과제를 마친 둘은 캠퍼스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 |||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네요." | |||
호노카가 말했다. | |||
"응." | |||
"시험 준비는 잘 돼 가요?" | |||
"그럭저럭." | |||
언제나처럼 평범한 대화였다. | |||
하지만 나츠메는 오늘 따라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 |||
학생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면 호노카는 늘 웃으며 답했다. | |||
교수와 마주쳐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 |||
모든 사람이 떠난 뒤. | |||
그 미소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
"...피곤해?" | |||
나츠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
호노카는 잠시 멈춰 섰다. | |||
"...조금." | |||
"무리하지 마." | |||
그 한마디에 호노카는 웃었다. | |||
하지만 이번 웃음은 조금 달랐다. | |||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 |||
며칠 뒤. | |||
과제를 위해 둘은 각자 작성한 메모를 보여 주기로 했다. | |||
호노카는 망설이다가 노트를 내밀었다. | |||
나츠메는 첫 줄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 |||
'나츠메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 늦게 걷는다.' | |||
"...이런 것까지 봤어?" | |||
"응." | |||
"부끄럽네." | |||
"왜?" | |||
"나도 몰랐거든." | |||
호노카는 작게 웃었다. | |||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 |||
이번에는 나츠메 차례였다. | |||
그녀도 노트를 건넸다. | |||
호노카는 첫 문장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 | |||
'호노카는 사람들 앞에서는 한 번도 한숨을 쉬지 않는다.' | |||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 |||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창밖을 오래 바라본다.' | |||
호노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언제 봤어요?" | |||
"우연히." | |||
"그랬구나."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 |||
나츠메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 |||
"미안." | |||
"왜?" | |||
"혼자 있고 싶었는데 내가 본 걸 수도 있으니까." | |||
호노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
"...아니." | |||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 열었다. | |||
"사실은." | |||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 |||
"누군가 알아봐 줬으면 했어요." | |||
그 말이 끝나자 바람이 불었다. | |||
초록 잎들이 흔들리는 소리만 둘 사이를 채웠다. | |||
나츠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위로도 하지 않았다. | |||
조언도 하지 않았다. | |||
그저 호노카 곁에 나란히 서 있었다. | |||
한참 뒤. | |||
호노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 |||
나츠메는 미소를 지었다. | |||
"오늘 수업 기억 안 나?" | |||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 |||
"응." | |||
"지금은 네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보다, 네 옆에 있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서." | |||
호노카는 처음으로 그 말을 이해했다. | |||
사람은 반드시 말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 |||
침묵도 누군가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 |||
그날 해 질 무렵. | |||
둘은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아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 |||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 |||
오히려 지금까지 나눴던 어떤 대화보다도 편안했다. | |||
호노카는 문득 깨달았다. | |||
철학은 정답을 가르쳐 주는 학문이 아니라, | |||
누군가를 더 깊이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학문인지도 모른다고. | |||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츠메에게 머물러 있었다. | |||
그날 저녁. | |||
호노카는 기숙사 창문을 열어 두었다. | |||
늦봄의 바람이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 |||
책상 위에는 철학 과제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 |||
과제 제목은 간단했다. | |||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 |||
한동안 펜을 들고만 있던 호노카는 천천히 첫 문장을 적었다. | |||
나츠메는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절대로 끼어들지 않는다. | |||
잠시 생각한 뒤 두 번째 줄을 썼다. | |||
'웃을 때는 눈이 먼저 웃는다.' | |||
세 번째 줄. | |||
'혼자 있을 때도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한다.' | |||
호노카는 펜을 멈췄다. | |||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
"나는 과제를 쓰고 있는 걸까." | |||
아니면, | |||
"나츠메라는 사람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는 걸까." | |||
그 순간 오후에 있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 |||
"오늘은 네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보다, 네 옆에 있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서." | |||
그 말을 떠올리자 가슴 한쪽이 조용히 따뜻해졌다. | |||
호노카는 자신도 모르게 노트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 |||
첫 수업 날 적어 두었던 문장이 거기에 있었다. | |||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 |||
그녀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 |||
수업 첫날에는 철학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 |||
답을 찾으면 끝나는 질문이라고 믿었다. | |||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 |||
나츠메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 |||
도서관에서 웃던 모습. | |||
미술관에서 한참 동안 그림을 바라보던 옆모습. | |||
"핑계가 없어도 괜찮은데." | |||
그 짧은 말. | |||
그리고 오늘, | |||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 주던 따뜻한 침묵. | |||
호노카는 펜을 들어 질문 아래에 작은 글씨를 적으려다 멈췄다. | |||
아직은 쓸 수 없었다. | |||
정답을 적기에는 너무 일렀다. | |||
그녀는 대신 노트를 덮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 |||
"...아직은 모르겠어." | |||
창밖에서는 초여름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다. | |||
하지만 그 질문은 바람보다 오래, | |||
호노카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 |||
"사랑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발견일까요?" | |||
아직 그녀는 답하지 못했다. | |||
그 질문이 언젠가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 |||
아직은 알지 못한 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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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3일 (월) 20:2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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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
김종인
최진
전창훈
한성도의회
조치원시
| 대전현의 시 | |||||
|---|---|---|---|---|---|
| |||||
| 시청 소재지 | 조치원읍 시청로 93 | ||||
| 하위 행정구역 | 1읍 7면 | ||||
| 면적 | 465.96㎢ | ||||
| 인구 | 392,495명 | ||||
| 인구밀도 | 843.47명/㎢ | ||||
| 시장 | 자유민주당 | ||||
시의회
|
자유민주당 | n석 | |||
| 자유민주당 | n석 | ||||
| 자유민주당 | n석 | ||||
| 자유민주당 | n석 | ||||
| 자유민주당 | n석 | ||||
의정원 의원
|
자유민주당 | ||||
| 자유민주당 | |||||
| 상징 | 시화 | 복숭아꽃 | |||
| 시목 | 향나무 | ||||
| 시조 | 제비 | ||||
| 지역번호 | 041 | ||||
함태섭
감세한국
| 감세한국 | |
|---|---|
| 등록 약칭 | 감세 |
| 슬로건 | 국세청 서버 까! |
| 창당 | 2010년 4월 26일 |
| 주소 | oo현 oo시 |
| 대표 | 강화도 |
| 간사장 | 장어집 |
| 이념 | 경제적 자유주의 보수자유주의 감세 oo 지역주의 대중주의 |
| 스펙트럼 | 감세 빅 텐트 |
| 중추원 의원 | n석 |
| 의정원 의원 | n석 |
| 광역자치단체장 | n석 |
| 광역의회의원 | n석 |
| 당보 | |
| 정책연구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