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조명하고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돌아가 그 자리를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사이옴 연구원(이하 사이옴)은 이전 세기와 더불어 고대역사에 유의미했던 역사를 분석하는 연구원이다. 오늘날 대전쟁의 여파로 대다수의 기록, 사회문화 등이 와해된 세계에서 뒤늦게라도 과거의 유산을 찾아내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유산을 소중히 여겼던 과거에 비해 오늘날 통합주의 하에서는 가치가 절하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사이옴 연구원의 후원자들과 종사자들은 여전히 과거의 역사에 대해 알고자 다양한 기술들을 동원하여 노력하고 있다. 사이옴은 개사 이래에 10의 20승 정도의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 모든 사이옴의 역사연구를 가능케한 중심에는 시간재현기술과 그 재현기술 실현장치인 소브모먼트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직접 정보를 체현하고 수집하는 상트린이 있다.
2.0 │ 구성
조직 구성도
운영부서 (헤이랑그)
개입부서 (상트린)
관리부서 (나사린)
운영부서(헤이랑그)
명칭: 총괄운영부서(Supervision Director · Heirang)
총괄: 전체 총괄
인원: 7명
구성: 단일팀 총괄운영부서(헤이랑그)
개요 │ 설립자(Protagonist)를 포함하여 사이옴을 운영하는 부서다. 조직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인원이 7명인 것 역시 사이옴이 설립된 초기에 확인된 정보이지만, 그 숫자가 정확하지는 않다. 사이옴의 운영 방향성과 슈퍼비전을 논하며 본래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시행되었던 시간재현 역시 기관의 확대와 소브기술의 발달로 전세계로 확대되는데 크게 힘쓰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세상이 파괴되었음에도 과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소브와 사이옴은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조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개요 │ 개입부서인 상트린은 아직 물리적·유형적·전통적 가치의 보존에 대해서 긍정하는 지원 인력에 의해 조직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정된 상트린은 소브모먼트를 통해 직접 과거를 경험한다. 이것은 지원자에게 전생애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사실상 과거의 경험 이후에는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정 등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게된다. 약 500년에서 길게는 1,000년정도를 시간재현장치(후술할 소브)로 인해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인 인지과정보다 훨씬 더 많은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에 지원자의 정체성을 낱낱이 파괴시킨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극복하게 하기 위해서 일종의 정보장치 역시 개발되고 있으나 결국 아직까지는 시간재현장치가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
과정 │ 상트린 지원자는 1년의 대기시간 동안 현생을 정리한 후[2] 다시 6개월 정도의 시간재현장치(소브모먼트, 이하 소브)에 대한 적응기간을 가진다. 이때 시간재현을 위해 아예 장치와의 연결을 위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포기라는 선택 자체가 없다. 훈련이 종료되면 소브 가동 즉 시간재현이 시작되고 지원자들은 모두 동일한 시간재현을 경험하며 그곳에서 일종의 자유의지라는 착각 하에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이것이 일종의 재현이란 것을 잊게 되는 것이다. 소브 내부에서는 1,00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현실 시간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우수한 지원자는 시간재현의 종료 후 자신이 경험한 것을 다시 분석하고 종합하는 과정을 가지고, 그 우수함이 인정될 경우 정식 상트린이 된다.
개입팀(Intervention) │ 개입팀은 소브의 시간재현 이후 현대에서 확인하고 접촉할 수 있는 정보들을 규합해 실제로 현실에 과거를 적용하는 전문 백업인력이다. 실적에 제법 연연하는 편인데 유일하게 사이옴에서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브의 재현을 위해서는 기밀사항가 필요한데, 그 동선을 추적하여 지면이나 빙하 등 파묻혀있는 자원들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관찰팀과 큰 갈등을 빚는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관찰팀은 개입팀의 행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관찰팀(Observation) │ 개입부서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관찰팀은 현장인력이며 사이옴의 중추인 시간재현을 경험하는 자들이다. 이것에 동의어로 이들 자체를 상트린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시간재현을 통해 과거를 경험하며 그 세상이 마치 진짜인 것 처럼 살아간다. 물론 물리적으로 거의 99.987% 동일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관찰팀은 한 번의 시간재현 시 최대 1,000년을 경험하므로 굉장히 무리가 많으며 따라서 서로의 역할과 정보규합, 필요 하의 수면(콜드슬립과 같음)와 같은 전략적 행위를 강구한다. 또한 장치의 조작에 의해서 이들은 가멸적인 신체 구조를 가지게 된다.
제압팀(Suppress) │ 현재는 사라진 부서로 기밀사항에 의해서 폐기되어 자료가 전량 폐기되었다. 대략적으로는 관찰팀에서 발생하는 고의적인 인과율 붕괴를 제압하는 팀으로 알려져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 자체가 문제라고 평가받은 바 있다.
구성: 소브 정보관리팀, 역사분석1팀·2팀, 지질학연구팀, 인구통계학팀, 예술학팀 등 · 종합부서 18개 팀
개요 │ 나사린은 상트린에 의해 제공된 정보들을 분석하고 가공하는 직접적인 주체다. 물론 그 기간동안 상트린이 동반하지만 결국 전문적인 분석을 실시하는 것은 이들이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정보에 대해 기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보를 통한 사실관계의 연결, 기술적 분석, 역사적 고증 등 유기체적인 연결에 노력한다. 일부 상트린은 1번 이상의 시간재현 이후 이 부서로 이관할 수 있다.
시설정비팀 │ 세상은 이과없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처럼 사이옴 내부에서 기계적 설비의 정비 역할을 맡은 시설정비팀 역시 존재한다. 그 역할이 이전보다는 축소되어 현재는 정보관리부서의 보조팀으로 하위집단화되었다.
산업재해예방팀 │ 앞서 설명했듯 상트린의 업무 난이도와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인데, 이에 대해서 사이옴 자체적으로 상담치료 등의 부가급여를 제공한다.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상트린 뿐만 아니라 헤이랑그와 나사린도 가능하다. 의료기관의 일종이므로 직접적인 약물 치료를 받기도하고 조금 심할 경우에는 안락사에 준하는 낙원사도 권장되고 있다.
3.0 │ 설정
소브모먼트 중심장치 설계도 (Xobmoment)
소브모먼트 중심장치는 상하로 각각 25개의 복합 중앙처리장치와 24개의 청사진 재현장치로 구성된다. 내부 핵에 충분한 동력이 준비되었을 경우 시간재현기술(Time Reappearance Technique)이 가동된다. 이때 소브모먼트 시술을 통해 연결된 상트린은 마치 소브모먼트(이하 소브)에서 재현되는 가상의 감각·경험을 진실인 것처럼 수용하게 되는데, 정확히는 모든 감각이 소브모먼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때 이것을 재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기밀사항을 기반으로 그것이 가지고 있던 당시의 정보들을 재집합하여 다시 재생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그렇다. 1개의 소브는 최대 6명의 상트린을 공유할 수 있고, 기밀사항가 가지고 있던 최대 한계까지 역사를 재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트린이 변수를 일으킬 때 내부의 정보들이 재편되면서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데, 비유하자면 인간이 기존에 가진 정보량으로 꿈을 꾸듯 소브모먼트 역시 상트린의 개입으로 인해 실제와 다르게 전개되는 과거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 변수과정이 지나치게 반복되어 임계점을 넘어서면, 소브모먼트가 붕괴된다. 소브가 자체적으로 소유한 정보량으로 연산할 수 없는 세계가 되어 붕괴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되면 몇 단계를 거쳐 붕괴되는데, ①.정체기, ②.혼란기, ③붕괴기를 겪는다. 상트린들은 남은 시간동안 소브에서 분리되어야 하는데, 자칫하면 감각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정되는 임계점까지 변수가 생겨난 시간재현 기록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결국 방대한 정보량에 의해 정체성을 잃는 부작용은 늘 상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기록에 의하면 소브가 유지된 가장 긴 기간은 1,385년이며 가장 짧은 기간은 569년이다.
통상적인 보고에 따르면 상트린은 소브 안에서 약 100년에서 300년 정도는 자신의 의무에 대해 기본적으로 견지하지만, 그 이상이 시간이 흐르면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48회차 기수의 상트린은 자신이 소브 마지막 세기에 이룬 가정에 대한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으며 거의 절대다수의 상트린이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다 혹은 돌아가고 싶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가상현실과는 그 궤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경험을 단지 체험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운영부서는 이에 대해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고 실제로 일부는 진행했으나, 무엇이 됐든 기본적으로 겪는 부작용이란 결론만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상트린은 여전히 현장에서 근무하며 그러한 일들을 견뎌내고 있으므로 아마 개선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상트린은 소브모먼트 내부에서 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뇌 전체가 소브모먼트에 입관해있기 때문에 죽음을 이겨낼 만큼의 의지가 없으면 그대로 뇌 역시도 뇌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감 상 도저히 그것이 거짓이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다수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결국 선례 이후 운영부서의 판단 하에 어느정도의 불멸성이 가미되었다. 또한 상트린은 소브 내부에서 결코 역사적인 재현에 대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수칙이 있으며, 이때문에 늘 교차검증 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오랜 기간동안 소브 내부에서 역사를 체험하다보면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 역시 동반되므로, 특정 국가·세력·종교처럼 지역적 색채의 시선을 가져 세부적인 내용을 왜곡하여 기술하는 사례 역시 발견된 바 있다.
연결 소브모먼트 계획 │ 아바라(Abahra E. Desomunaii)가 제시한 이론이었다. 보편적으로 1회의 서브모먼트 가동이 종료되면 장기간 휴식기에 들어가게 되는데, 결국 소브모먼트의 지속은 이론적으로 1,500년을 초월할 수 없으므로 연속적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가변인수가 존재했다. 아바라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서 타당성과 신뢰도의 입증을 위해 '적어도 3,000년의 연속적인 서브모먼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연결-소브모먼트 계획이다. 2개의 소브모먼트를 하나로 가동시켜 연산량을 증대시키자는 단순한 이론인데, 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원이 소비되어 운영부서로부터 반려되었다. 이후 기밀사항계획 역시 폐기되었다. 그러나 애시당초 그것을 진행할 수 있는 상트린이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절대다수다.
관찰 3조 이야기 │ 실존하는 가장 우수한 인력인 관찰 3조는 인사고과에서도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3조 조장인 기밀사항는 무려 12회의 소브모먼트에 참여했고 소브 내에서의 콜드슬립 기법을 연구한 것도 그이다. 다만 1차례의 소브에서 팀원 한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례를 제외하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