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론
서문
제1장. 설정국가론
핵심 개념의 정의
고증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제하기 위한 정확도 향상 장치이자 방법론이다. 사료, 제도, 사건, 지리 등 검증 가능한 근거를 바탕으로 원본을 최대한 동일하게 이식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현실성은 원본에 대한 재현성(동일화)보다는 가상 환경에서의 운영 가능성, 설계 효율, 유저의 인지적 설득력, 그리고 서사적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융통성을 의미한다. 즉, 실제와의 일치가 아닌 가상화된 현실로서의 개연성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와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고증과 현실성은 서로 대립하거나 동의어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상국가 설계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목적의 도구적 축으로 설정되며, 이들은 서로 상호작용하여 가상국가 설정의 성격을 정한다.
현실주의의 5단계 분류
설계 과정에서 고증과 현실성 중 어느 쪽에 더 우선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현실주의는 다섯 단계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아류적 현실주의
아류적 현실주의는 고증 압도 단계로서, 고증이 절대적인 우선권을 갖는다. 이 단계의 목표는 가상 국가를 현실의 복제품에 가깝게 구축하는 데 있으며, 가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나 경제, 선거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플랫폼상 효율성을 논하는 것조차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된다. 따라서 환경과 목적에 맞춘 재구성은 극도로 제한되거나 사실상 배제된다. 역사 사료와 제도적 선례를 근거로 높은 수준의 재현성과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대통령이나 군주의 이름·성격 등 일부 표면적인 요소만 변형된 상태를 과연 가상 국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남는다. 더 나아가, 이 단계는 실제 역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적용될 경우 고증의 외형만 모방한 채 구조적 맥락을 왜곡하여, 결과적으로 설정의 설득력과 일관성을 동시에 훼손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표방적 현실주의
표방적 현실주의는 고증 우위 단계로서, 실제 국가의 제도적 구조와 관행을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플랫폼상 운영에 따른 제약, 병목 등의 이유로 실제로의 재현이 어려운 경우, 최소한의 조정을 허용한다는 것에 "아류적 현실주의"와 차이를 보인다. 이때 현실성은 고증을 성립시키기 위한 보완 장치로 사용되며, 조정이 과도해지면 내부 일관성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또한 해당 단계는 여러 조건에 따라 아류적 현실주의 또는 수정적 현실주의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과도기적 성격을 갖는다. 제한적으로 허용된 현실성 반영이 점차 확대되며 유저 및 운영자의 이상향이 과도하게 투영되어, 고증보다 가상화의 목적이 우선되는 수정적 현실주의로 쉽게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운영 부담과 이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면서 '차라리 고증대로 하자'는 의견이 주류가 되어, 아류적 현실주의로 빠르게 수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단계의 가상국가는 대체로 고증을 최대한 따르되, 실제의 역사와는 달리 더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개혁 및 성장하여 강력한 국력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는, 아류적 현실주의와는 분명히 구별된다. 결국 전반적인 개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증의 틀 안에서 최소한의 조정과 역사적 사건의 변형 등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데 주력한다.
수정적 현실주의
수정적 현실주의는 협상 균형 단계로서, 고증과 현실성이 대등한 관계에서 상충을 조정하며 최적의 타협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단계의 운영자는 실제 역사에서 반드시 유지해야 할 핵심 요소(문화적 금기, 정체성의 기원, 지정학적 제약 등)와 가상화 과정에서 변형 가능한 요소(행정 절차, 제도 설계, 역사적 사건 등)를 구분하고, 요소의 유지와 변형의 명확한 기준을 규정하여야 한다.
가상국가 설계에서 해당 단계는 가장 이상적인 위치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해당 단계의 가상국가 역시 드문데,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앞선 표방적 현실주의의 경우는 운영자가 제한된 지식이나 이해관계에서도 일부 요소를 교체 및 보완하는 수준으로 가상화를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수정적 현실주의는 유저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고, 운영자가 가상화 대상인 실제 국가의 역사, 제도, 문화적 맥락을 전반적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고증 반영을 충실히 이행해야 달성 가능하다. 결국 이 단계는 단순한 설정 작성이 아니라, 고증과 현실성 사이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운영 역량과 검증 절차를 필수로 전제한다. 특히 두 축을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실패했을 때의 손실(설득력 약화, 일관성 붕괴, 설정 신뢰도 하락 등)도 상대적으로 커서 희소하게 나타나므로, 많은 가상국가가 표방적 현실주의 또는 개성적 현실주의 단계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