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리 태양이 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사람들은 이불 속으로 숨어 들어가 달빛 만이 하늘을 밝히고 있지만 오사카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빨간색 조명 아래 고객들을 불러 세우는 호객꾼들, 나와바리를 두고 경쟁하는 야쿠자, 유곽의 매춘부들을 탐하기 위해 길가를 서성거리는 허영심에 가득 찬 이들이 제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도시가 언제나 이렇게 어스름 한 달빛과 유곽의 등불에 의지하여 비참한 현실을 비추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군의 폭격기가 다다르기 전, 아니, 벗겨진 머리를 가진 어느 미치광이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 오사카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가장들과 봄의 꽃을 보러나온 여인들, 시냇물의 청량함을 벗 삼아 시를 짓던 문인들과 나비를 쫒아다니던 아이들이 어우러진 활기찬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그 모든 것이 황량한 폐허로 변한 이후에 예전과 같은 "활기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이 도시에 남아있는 것은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피폐한 얼굴의 노동자들과 마약에 취한 매춘부들, 거리를 배회하는 야쿠자와 세계 각국의 폭력배들, 그리고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며 식초에 절인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40살이 채 되기 전에 이 세상을 등질 소년 소녀들 뿐입니다.
일 천만에 달하는 인구가 죽지 못해 살아가는, 공장과 판자촌 그리고 유곽으로 둘러쌓인 감옥과 같은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미소를 짓는 이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마천루에서 술과 여자와 얽혀 끝없이 배고픈 그들의 배를 채우려 하는 부패한 기업가들 뿐입니다. 대부분의 오사카 사람들에게 이곳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이 도시는 모든 종류의 쾌락이 보장되는 낙원 그 자체입니다.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살아가고, 누군가는 쾌락 속에 살아가고, 누군가는 살지 못해 죽어가는 이곳을 우리는 "오사카 공동 조계"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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