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 (치비스)

Eiffel (토론 | 기여)님의 2026년 7월 23일 (목) 21:19 판

"Es ist besser, nicht zu regieren, als falsch zu regieren."
잘못 통치하는 것보다 통치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제21대 독일연방공화국 연방의회 선거
Bundestagswahl 2025
일시 2025년 2월 23일
투표율 82.5% ▲5.9%p
의석 분포
정당 득표 의석
CDU/CSU 26.5% 175
FDP 22.3% 147
SPD 21.4% 141
Linke 10.8% 71
Grüne 7.8% 50
AfD 6.8% 45
SSW 0.1% 1

개요

2025년 2월 23일 독일에서 실시된 독일 연방의회 선거.

선거 이전

여론조사

연방의회 선거 여론조사 추세
Bundestagswahl Polls Trend (2025.02)
정당 폴리티코 DAWUM pollytix election.de
CDU/CSU 28% 27.9% 27.8% 28.1%
FDP 22% 22.4% 22.3% 22.3%
SPD 21% 20.3% 20.6% 20.1%
Linke 9% 9.3% 8.9% 9.2%
Grüne 9% 9.0% 9.1% 9.1%
AfD 6% 6.5% 6.5% 6.6%

연정 시나리오

차기 연립정부 구성 시나리오
Coalition Scenarios 2025
구분 1 2 3 4
참여 정당 CDU/CSU CDU/CSU FDP SPD
FDP SPD SPD Linke
- - Grüne Grüne
INWT Statistics 예측

2월 중순 기준, 1위 CDU/CSU에게 자유민주당 또는 사민당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분위기로써는 CDU/CSU자유민주당의 기독자유 연정이 가장 유력하다.

이번 총선이 동맹90/녹색당의 연정 탈퇴로 치뤄진 만큼 3자 연정에 대한 선호는 크게 낮아졌다.

Eurasia Group 전문가 의견을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연정 가능성은 기독자유 연정 80%, 대연정 10%, 신호등 연정 5%, R2G 연정 10%로 예상된다. Euractiv에서도 기독자유 연정, 대연정, 신호등 연정, R2G 연정 순으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상황

자메이카 연정의 조기 붕괴

2024년 11월 6일, 녹색당자유민주당과의 갈등을 두고 녹색당 내각 인사들이 사임하면서 연정이 무너졌다. 독일 기본법 제68조에 따라 크리스티안 린트너 총리가 발의한 신임안이 연방하원에서 12월 16일 부결되어 린트너 총리가 불신임 되는 경우, 연방대통령은 연방하원에서 다른 총리를 선출하지 않는 한 그날부터 21일 이내에 린트너 총리의 제청으로 연방하원을 해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총선은 연방하원이 해산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기 실시된다.

11월 12일, 독일 원내정당 간 여야 합의를 통해 2025년 2월 23일로 조기 총선일을 확정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총리는 독일 정치 관례에 따라 여야 합의로 신임안을 발의하여 의회를 해산하는 형식으로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12월 16일, 크리스티안 린트너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예상대로 부결되면서, 이제 린트너 총리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요청하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공식적으로 2025년 2월 조기 총선 국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12월 27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선거는 여야합의대로 2025년 2월 23일에 치러지게 된다.

동맹90/녹색당의 D-Day 보고서

2024년 11월 15일, 녹색당이 연정 탈퇴 명분 확보를 위해 계획적으로 자민당, CDU/CSU를 자극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며, 연정 붕괴 당시 '크리스티안 린트너 총리가 자신과 녹색당을 계획적으로 축출했다'는 로베르트 하베크의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 나왔다. 이 내용을 담은 보고서의 이름은 'D-Day'였는데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뜻하는 고유 명칭으로 사용되는 표현인 데다가 보고서 내에 어뢰, 결정적 전투 같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하는 용어가 잔뜩 사용되어 논란이 되었다.

당장 자민당에서는 이를 배반 행위라고 규정한 뒤 녹색당이 자민당을 기만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하베크는 문서의 존부 여부를 확답하진 않았지만 이미 선거 운동 중인데 그때 일을 돌아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냥 넘겨버렸다. 이 사실을 보도한 한 언론사는 문서 발췌 내용을 녹색당 지도부에 제시하며 질문에 답변할 시간을 줬지만 녹색당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별 상황

CDU/CSU

자메이카 연정 3년간 크리스티안 린트너와 함께 국정을 이끌며 성과를 공유한 CDU/CDU/CSU는, 연정 붕괴 이후에도 "성공한 정부를 함께 만든 안정적인 집권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1위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연정 파트너였던 자민당과 나란히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했고, 정권 심판론보다는 오히려 "국정 안정을 이어갈 적임자"를 자처하는 여유 있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총리 후보는 일찌감치 프리드리히 메르츠로 확정되었다. CSU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지사가 이번에도 경쟁에서 배제됐는데, 2021년 총선 당시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에 대한 죄더의 과도한 공격 전례에 더해, 실제로 3년간 연정을 함께해 온 녹색당을 향한 죄더의 노골적인 적대감이 연정 내부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키웠다는 지도부의 부정적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 16일, 의회에서 신임 투표안이 부결되는 회의 발언 중 메르츠의 공격적인 언행이 다시 튀어나왔다. 연정 붕괴의 도화선이 된 녹색당 로베르트 하베크에게 맹공을 퍼부은 것. 특히 하베크를 향해 "잘 굴러가던 정부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라고 직격하며 책임론을 부각시켰는데, 이는 CDU/CSU와 자민당만으로도 원내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어느 정도 서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공세이기도 했다.

12월 30일, 메르츠 총리 후보는 시리아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리아 출신 범죄자 추방 입장은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12월 31일에는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함께 정부를 이끌었던 녹색의 정책을 이제 더는 연장시켜 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연정 기간 동안에도 두 사람의 경제 노선 차이가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2025년 1월 6일, CDU의 사회정책 전문가 데니스 랏케 유럽의원은 총선 이후 사민당과의 대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타우러스 미사일 제공 거부 등 사민당의 외교 노선이 여전히 친러적이라 비판하며, 차라리 반러 성향이 강한 녹색당과의 연정이 낫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원내 과반 확보와 무관한 이념적 선호 표명에 가까웠다.

1월 23일에는 CDU/CSU가 집권할 경우, 자메이카 연정 협상 당시 자민당과 녹색당의 요구로 통과시켰던 선거법 개정을 무효화하고 기존 선거법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CDU/CSU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야당이 아니라 연정 파트너였던 자민당이었다. 두 정당이 "안정적 국정 운영의 주역" 타이틀을 두고 지지율 선두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였다. 선거 일주일 전 총리 후보 토론에서 메르츠는 AfD와의 연정은 명확히 배제하면서도, 국방비 지출 확대를 위한 재정 확대 정책에 있어서는 자민당보다 오히려 사민당과 녹색당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자민당과의 단독 과반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폭넓은 국정 운영 파트너십에 열려 있다는 여유를 보여준 발언이었다.

자유민주당

자유민주당크리스티안 린트너 총리 재임 기간 동안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2지지율이 견고하게 10% 후반에서 20%대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연정 붕괴의 책임이 녹색당 인사들의 사퇴에 있었던 데다, D-Day 보고서 논란으로 오히려 "린트너가 녹색당을 축출했다"는 로베르트 하베크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자민당에 대한 동정 여론까지 더해져 지지율은 붕괴는커녕 오히려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은 창당 이래 최고 수준의 성적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12월 26일, 볼프강 쿠비키 부대표는 잡지 슈테른(Ster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사민당을 제치고 원내 2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우리는 더 이상 봉쇄조항을 걱정하는 정당이 아니라 정권의 중심을 차지할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1월 4일,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는 차기 연정 참여 조건으로 감세 정책을 요구했는데, 특히 연방환경청 해산과 녹색 기후 정책 예산 삭감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녹색당과 함께하는 연정 구성 가능성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신호등 연정 시절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와 빚었던 경제정책 갈등의 앙금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다음날 자민당의 아그네스마리 슈트락침머만은 빌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기독자유 연정 구성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자민당은 녹색당이 참여하는 어떤 내각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쳤고, 2월 9일 전당대회에서는 향후 녹색당을 포함하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공식 결의했다. 자메이카 연정 시절부터 이어진 녹색당과의 갈등이 반영된 결정으로, 이로써 이번 선거에서 자메이카 연정이라는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지지율이 20%대 초중반에서 견고하게 유지되며 자민당은 사민당과 원내 2당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구도로 선거를 맞이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마르쿠스 죄더가 이끄는 CDU/CSU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민당의 약진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자민당이 예상 밖 선전을 거둘 경우 연정 내 주도권을 상당 부분 자민당에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CDU/CSU 지도부는 "우리가 국정을 이끌 중심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며 선거운동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동맹 90/녹색당

연정 붕괴의 책임론과 D-Day 보고서 논란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녹색당은 지지율 방어에 급급한 수세적인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11월 17일, 녹색당은 로베르트 하베크를 총리 후보로 확정했다. 다만 D-Day 보고서 파문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이라 후보 확정 자체가 "책임 회피용 인선"이라는 비판에 시달렸고, 하베크는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부터 D-Day 관련 질문에 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CSU마르쿠스 죄더 당대표가 D-Day 보고서를 언급하며 "계획적으로 정부를 무너뜨린 정당과는 연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선을 긋자, 12월 20일 하베크는 직접 나서 "나는 죄더에게 해코지한 적이 없고 우리는 실제로 나쁘지 않은 관계다"라고 해명하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CDU/CSU 내에서는 이미 흑록연정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굳어진 뒤였다.

12월 22일, 녹색당은 세금 신고를 간소화하고 국가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독일 앱(App)'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행정 절차 간소화와 디지털화를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정책 공약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히는 분위기다.

12월 24일, 녹색당의 파울라 피에호타 의원이 크리스티안 린트너를 개자식(Arschloch)이라고 비난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X를 통해 사과했다. 안 그래도 D-Day 논란으로 "계산적이고 공격적인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던 차에, 자신들이 밀어낸 총리에게 막말까지 한 사실이 겹치며 여론의 반감이 가중됐고, CDU의 한 의원은 "이 정당은 자기 손으로 쫓아낸 총리에게 인격 모독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맹비판했다.

2025년 1월 6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녹색당은 예년과 달리 공세보다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베크는 D-Day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미 선거 운동 중인데 그때 일을 돌아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취지로 답변을 피해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이를 두고 "잘 나가던 정부를 무너뜨려 놓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했고, 린트너 본인 역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와 국민을 배신한 것은 녹색당"이라며 직접 녹색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1월 23일, 아날레나 베어보크 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문제를 두고 린트너 내각의 재정 기조를 저격하며 존재감 회복을 시도했으나, 이미 D-Day 논란 이후 굳어진 "신뢰할 수 없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접어들며 좌파당이 진보 진영의 선명한 대안으로 떠오르자, 녹색당의 입지는 한층 좁아졌다. D-Day 논란 이전까지 견고했던 유권자층이 좌파당으로 상당 부분 이탈하면서,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원내 교섭단체 지위는 지킬 수 있을지언정 정권 참여는커녕 두 자릿수 지지율 회복조차 장담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결과

정당별 결과

자유민주당

원내 2당이 되었다. 자유민주당이 20% 이상 득표하고 원내 2당의 지위에 오른 것은 자유민주당 창당 이후 처음이며, 독일연방공화국 재건 이후로만 한정해도 CDU/CSU사민당이 아닌 정당이 연방의회 선거에서 1, 2당에 준하게 된 것 역시 처음이다.

린트너 내각이 연정 붕괴 이전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하고,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린트너 내각의 성과로 연정 붕괴라는 정치적 파국을 총리 개인의 국정 운영 역량과는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고, 오히려 위기 국면에서도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는 유능한 위기관리자 이미지가 선거 막판까지 표심에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직전 공개된 이른바 D-Day 문건 역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변수로 꼽힌다. 연정 붕괴 초기에는 로베르트 하베크 측이 주장한 "린트너 총리가 자신과 녹색당을 계획적으로 축출하려 했다"는 프레임이 여론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문건 공개로 인해 오히려 녹색당이 연정 탈퇴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자민당과 CDU/CSU를 자극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급격히 반전됐다. 자민당은 스스로를 "기만당한 피해자"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고, 선거 막판 부동층 결집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안정을 달성한 여당으로서의 국정 운영 실적과, 배신당한 피해자라는 서사가 절묘하게 결합되면서 자민당은 기존의 군소 연정 파트너라는 한계를 탈피하고, CDU/CSU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중도 우파 리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티안 린트너 총리 개인의 리더십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자유민주당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린트너 덕분이긴 하다.

다만 명목상 원내 1당의 자리는 CDU/CSU에 내주었으며, 자민당이 확보한 147석만으로는 단독 과반은 물론 기존 연정 구도의 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향후 연정 협상 결과에 따라 총리직 유지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DU/CSU가 이번 선거로 확고한 원내 제1당 지위를 굳힌 만큼, 차기 연정 구성 과정에서 총리직 재창출을 둘러싼 양당 간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회민주당

지난 총선 대비 60석이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정권을 놓친 제1야당의 경우 집권 세력의 실정을 부각시키면서 차기 총선에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이 정치의 상식이다. 그러나 사회민주당지난 4년간 린트너 내각에 대한 뚜렷한 대안 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린트너 내각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수습하고 경제 회복과 물가 안정, 그리고 디지털화를 달성했다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있던 탓에 사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강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사민당의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는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이끄는 좌파당의 급부상도 꼽힌다. 좌파당이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 4당으로 도약하는 사이, 사민당을 지지해 온 노동계급, 저소득층 상당수가 이탈한 정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클링바일 체제의 사민당이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더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노동 의제에서 다소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 반면, 좌파당은 재분배와 반전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공백을 파고든 것이다. 실제로 두 정당의 득표율 증감폭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규모의 표심 이동이 있었을 것이다,

총리 후보로 선거를 이끈 클링바일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 역시 참패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올라프 숄츠의 뒤를 이어 총리 후보가 된 클링바일이었지만 뚜렷한 넥스트 리더상을 구축하지 못한 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더해 총선 국면 내내 CDU/CSU프리드리히 메르츠 자민당크리스티안 린트너라는 뚜렷한 인물 구도 속에서 클링바일이라는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D-Day 문건 파동으로 촉발된 녹색당의 몰락 속에서 사민당은 이렇다 할 독자적 이슈 파이팅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선거 국면 내내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DU/CSU와 자민당은 명확한 여권 프레임을, 좌파당은 명확한 반전, 재분배 프레임을 각각 선점한 반면, 사민당은 어느 한쪽에도 뚜렷하게 각인되지 못한 채 조용한 중도로 남으면서 지지층 결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득표율과 의석수 모두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클링바일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좌파당으로의 지지층 이탈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흐름으로 굳어질 경우, 사민당은 중도와 좌파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141석이라는 의석수는 여전히 향후 연정 협상 국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인 만큼, 차기 정부 구성 과정에서 사민당의 캐스팅보트 역할론이 재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좌파당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원내 4당 지위를 거머쥐는 이변을 연출했다. 봉쇄조항 미달로 원외 전락 위기설까지 나돌던 4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에 가까운 반전이다.

좌파당의 약진은 당을 이끈 바겐크네히트 체제의 노선 전환과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바겐크네히트는 기존 좌파당의 정통 마르크스주의, 계급정치 노선에 반이민, 반전 정서를 접목시킨 이른바 좌파 포퓰리즘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성 좌파당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색깔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념적으로는 재분배를 지지하면서도 문화적으로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이른바 좌파 포퓰리즘 유권자층을 새롭게 발굴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동맹90 / 녹색당

녹색당은 득표율 7.8%로 50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직전 총선 대비 -7.0%p, 무려 70석이 감소하는 참패를 당했다. 득표율이 사실상 반토막 나며 비록 연정에서 탈퇴했지만 직전 정부 여당으로서 총선을 치른 정당 중 가장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원내 6당 중 5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무엇보다 선거 국면 최대 악재로 작용한 것은 단연 D-Day 문건 파동이었는데, 애초 자메이카 연정 붕괴 초기, 녹색당은 로베르트 하베크중심으로 "린트너가 자신과 녹색당을 계획적으로 축출하랴 했다"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개된 D-Day 문건으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는데, 문건에는 오히려 녹색당이 연정 탈퇴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적으로 자유민주당CDU/CSU를 자극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고, 문건명 자체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시키는 'D-Day'였던 데다 내용 중에는 어뢰, 결정적 전투 등 전쟁을 방불케 하는 표현들이 난무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녹색당 지도부의 초기 대응 역시 여론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베크는 문건의 존부 여부에 대해 끝내 명확한 확답을 내놓지 않은 채, 이미 선거운동이 한창인 시점에 사실상 논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더구나 해당 사실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가 문건 발췌 내용을 녹색당 지도부에 사전 제시하며 답변할 시간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이 이를 거부한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지면서, "떳떳하다면 왜 해명을 거부했겠느냐"는 여론의 의구심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결국 진실 공방의 실체적 진위와는 별개로,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만이 강하게 각인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득표율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D-Day 파동이 결정타였다면, 그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연정 내부의 만성적인 갈등 역시 녹색당 지지율 하락의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자민당이 하베크의 확장재정 정책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녹색당이 추진하고자 했던 기후 전환 관련 정책들이 번번이 좌초되거나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녹색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기후,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작 집권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실망감과 피로감이 상당 기간 누적되어 왔다는 분석이다.

한편 녹색당 지지층 이탈의 상당 부분이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이끄는 좌파당으로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좌파당이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득표율 상승을 기록한 것과 함께, 재분배와 반전 노선에 무게를 둔 좌파당의 메시지가 녹색당에 실망한 진보 유권자층 일부를 성공적으로 흡수했다는 것이다.

득표율 반토막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로베르트 하베크를 비롯한 지도부의 정치적 책임론이 당내에서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D-Day 문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차기 연정 구성 과정에서도 녹색당이 신뢰도 문제로 인해 CDU/CSU나 자민당 등 잠재적 파트너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총리 선출 투표

크리스티안 린트너 연방총리 선출안
Election of the Federal Chancellor

제청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 의결일: 2025년 5월 6일
재적 630석 / 재석 630석

투표 가(可) 부(否) 기권 무효
결과 322표 303표 1표 3표

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