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이론 기초 (1) - 유적존재로서의 인간과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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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철학에서 핵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가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이다. 본질부터 말하자면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인 존재로 보며, 이는 변증법과 정치철학 전반을 구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식관이다.

 

칸트부터 헤겔, 셸링-피히테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독일 관념철학은 이성과 유물을 크게 결부시키지 않았다.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이성이 물질세계와는 분리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들에 따르면 이성은 물질 세계와 연계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 속에 내제된 것이다. 칸트는 한때 "이성으로 수립한 자율적 도덕법칙만큼이나 빛나는 것이 없다"라고 했는데, 이는 외물(外物)을 판단하는 준거인 도덕법칙은 그 외물, 즉 물질 세계와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별개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임을 함의하는 것이다.

 

한편 헤겔 비판을 주도한 포이어바흐는 이성과 물질이 연관됨을 인정하면서도 인간과 이성을 분리시키고자 했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두 시도가 모두 실제와 거리가 있다고 보았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인간, 이성, 물질세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된 것이다. 즉, 마르크스의 이론은 헤겔과 포이어바흐의 시도를 연결지어, 인간의 이성과 물질세계, 그리고 인간과 이성이 서로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해 규명하고자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이성과 물질, 인간을 잇는데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노동이다. 여기서 노동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임금 노동과는 거리가 먼 광범위한 개념이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노동은 일을 하는 것 이상의 가치인데, 그것은 인간이 물질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창조하면서 얻는 보람을 총칭한다. 이때 창조, 창작의 대상은 외물이므로, 인간과 물질은 노동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예컨대 지금 나는 "글을 쓰는" 노동을 하면서 컴퓨터라는 물질, 활자라는 물질, 그리고 물질에서 파생된 맑스의 사유 등과 연결되는데, 이를 통해 만들어낸 창조물을 통해 인간은 보람을 얻는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인간이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 맑스의 주장이다.

 

마르크스는 그렇기에 인간을 유적존재라고 부른다. 

 

맑스에 따르면, 노동은 총 두가지의 측면에서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생계수단을 창조한다. 자신의 삶을 가꾸고, 더 나아가 삶을 개척하기 위해 온갖 도구와 연장을 개발해왔다. 둘째로 인간은 욕구의 동물이며, 자신의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고자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끝 없이 무엇인가를 창조하고자, 다른말로 하자면, 재생산 하는 의지를 가진다. 예컨대 원숭이나 개미 등도 도구를 만들고 사회를 이루지만 그것은 생계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반면 일반적인 욕망을 갖고 있는 동물은 많지만 그것이 외물과의 연관을 통한 "노동"으로 전화시키는 동물은 없다. 즉, 인간에게 있어 노동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자 욕망표출의 수단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가지며, 노동을 통해 두가지 의미를 충족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기에, 노동 자체를 인간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은 시대에 걸쳐 점차적으로 분업화된다. 예컨대 선사시대에는 부족이 다함께 사냥을 했지만, (루소의 지적대로) 문명이 발달하며 노동은 더욱 복잡해졌고 결국 서로가 다른 역할을 맡아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를 분업이라 한다. 분업은 산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더욱 심화되며 여기에서 착취와 소외가 발생한다. 그리고 착취와 소외의 과정에서 발달하는 것이 이데올로기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이데올로기는 특정 시대의 생산 양식, 즉 착취와 소외를 정당화한다. 가령 봉건 시대에는 기독교가 그런 역할을 했고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 성공 신화 등이 따로 있다. 그렇기에 마르크스는 어떠한 관념과 지배 이데올로기는 생산양식과 떨어질 수 없으며 독립적 관념이 아닌 물질적 토대에서 나오는 상부구조라 주장한다.

 

허나 착취와 소외가 거듭될수록 점차적으로 계급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라는 두가지의 계급으로 정리되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추세가 발견되어왔다. 쉽게 말해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뜻이다. 그럴수록 하위계급은 점차 많아질 것이고, 이것이 궁극적인 모순이 되어 어느 순간 혁명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소외와 착취, 이데올로기가 소멸되고 인간 본연의 노동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이것이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다.

공산1968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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