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밥 메넨데즈 美 상원의원 기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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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상원이 지나친 고령화와 무능한 행보 등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밥 메넨데스(Bob Menendez / 민주당 / 뉴저지 / 3선) 상원의원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밥 메넨데즈는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고 민주당 강세 지역인 뉴저지에서 연달아 3번 상원의원을 지낼 정도로 거물인 민주당의 대표 중진의원으로 꼽힌다. 또한 쿠바 이민자 출신이었음에도 미국에서 가장 급이 높은 상원의원으로 올라간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고도 할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이력과 별개로 밥 메넨데즈는 엄청나게 부패한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는 잊을만하면 성추행, 성매매,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사건들은 모두 은폐되고 무혐의 처리 되었다. 2007년, 초선 의원 시절 메넨데즈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부동산 임대 이해 상충 규칙을 어긴 것으로 고발되었다. 2012년에는 도미니카 여성 3명과 성매매를 한 혐의가 논란이 되었다. 2015년에는 친한 의사 친구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이 드러나 또다시 논란이 되었다. 이런 논란 때문에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아무 경력도 없는 시민운동가 한명이 메넨데즈 낙선 운동을 벌이며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는데, 놀랍게도 뉴저지 주민의 38%가 이 사람에 투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메넨데즈의 지역구 평판은 안좋기로 유명했는데 이번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2022년부터 미국 뉴저지주 당국은 메넨데즈 의원이 육류 판매업체에 혜택을 배풀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수사관들이 그의 집을 수색했을 때 48만 달러 가량의 현금과 10만 달러 가량의 금괴가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히 조사한 결과, 이것은 이집트 정부와 대통령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선물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사관들은 메넨데즈의 구글 검색 기록을 확인했는데 이집트 방문 하루 전 "금괴 1kg이 달러로 얼마인가"라고 검색이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외교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하여 이집트 정부에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금괴를 받는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의 상원 외교위원장 직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미국 상원은 미국 연방 전체를 대표하는 의회이기에(반면 하원은 미국 국민 하나하나를 대표한다) 외교와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업무를 주로 맡는다. 특히 외교위원장 직은 역사적으로 제임스 뷰캐넌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양당의 중진의원들이 주로 맡는 매우 중요한 직책으로, 조약, 군대 파병, 원조 등 외교 전반 업무를 총괄하기에 아주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외교장관이나 UN 대사급보다도 더 높은 지위인 셈인데 이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는 것이다.

 

뉴저지 주가 이런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뉴저지 주는 현재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정치 기계(Political Machine)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는 주로 평가받는다. 쉽게 설명하자면 학연, 지연이 실력에 앞서고 인맥에 따라 공천이 결정되고 고위 정치가들이 제멋대로 정치를 하는 부패한 정경유착, 정언유착 정치의 전형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1950년대 이후 이런 관행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왜인지 뉴저지 주 만큼은 여전히 이탈리아계 마피아나 거대 언론, 재벌 등이 정치가들과 결탁하며 부패한 정치를 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뉴저지 주민들은 "결국 터질게 터졌다"라는 반응이며, 메넨데즈 의원도 이번이 3번째 뇌물 수수 스캔들인만큼 예전과 달리 그냥 지나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미 메넨데즈는 상원 외교위원장 직위를 사퇴했으며, 존 페터먼(John Fetterman) 상원의원, 필 머피(Phil Murphy) 뉴저지 주지사 등 동료 민주당원들도 메넨데즈의 상원직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메넨데즈가 사임하면 공석은 필 머피 주지사가 임명하게 되며 2024년 상원의원 선거가 메넨데즈의 임기가 끝나 치루어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이 날 새로운 의원이 선출될 예정이다.

 

뉴저지 주는 강력한 민주당 지지 지역이기 때문에 2010년 일리노이 주와 같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으면(이때는 로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상원의원직 매수 스캔들 때문에 공화당이 승리했다)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것이 메넨데스 의원이 될 가능성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한 대체 후보자는 뉴저지 3구 하원의원 앤디 킴(Andy Kim)과 뉴저지 11구 하원의원 미키 셰릴(Mikie Sherrill)이다. 두명은 젊은 3선 의원인데 미키 셰릴은 2025년으로 예정된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서 앤디 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앤디 킴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만약 그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미국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상원의원이 된다.

 

메넨데즈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신장 위구르 재교육 캠프를 "도덕적으로 참을 수 없다"라고 묘사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강력한 반중국 - 반러시아파로 평가받아왔다. 물론 현재 공화당 측의 상임 외교간사 짐 리시(Jim Risch) 도 반러시아 반중국 파이기 때문에 섣불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그동안 가장 강력하게 지원해줬던 의원이 불명예스럽게 사임하게 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더욱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또한 이는 그동안 시종일관 미국 우월주의와 제국주의의 입장에서 약소국가를 괴롭히고 무역과 군사 지원의 형태로 제3세계 국가 인민들에게 고통을 줬던 악랄한 미제국주의자 밥 메넨데즈에 대한 정의의 심판이기도 하다.

 

공산1968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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