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선 요약
어제는 아르헨티나 대선 1차 투표가 있었다. 얼마 뒤 결선 투표를 할 예정이다.
주요 후보자를 알아보자
1. 세르지오 마사 (Sergio Massa) - 혁신전선, 재무부장관, 중도~중도좌파
중도좌파 성향 여당인 "페론당" 출신이다. 여기서 페론당이란 과거 아르헨티나의 지도자 페론의 뜻을 따르는 이들을 일컫는다. 페론은 포퓰리스트였고 여러 성향이 있었는데 2000년대 이후 키르치네르라는 대통령의 영향으로 현재 페론주의의 성향은 좌파에 가깝다. 즉 마사는 좌파 후보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성향은 상당히 중도적인 것으로 보임.
2. 파트리시아 불리치 (Patricia Bullrich) - 공화주의 제안, 전 내무장관, 중도~중도우파
우파 쪽에서는 불리치라는 사람이 나온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집권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권의 내무장관이었으며 非페론계열, 중도 우파계열의 단독 후보자이다.
성향은 자유주의적 보수주의, 중도보수이다.
3. 하비에르 밀레이 (Javier Milei) - 자유당, 경제학자, 극우
제3지대 군소정당 후보로 밀레이가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레이는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아나코 캐피탈리스트)"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정부가 경제에 그 어떠한 영향도 미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딥스테이트 음모론도 믿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세장마다 전기톱을 들고 나와서 "체인소맨" "남미 포치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래서 이 후보자들로 어제 대선을 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세르지오 마사 37%
하비에르 밀레이 30%
파트리샤 불리치 24%
충격적이게도 밀레이가 30%를 득표해 중도우파 불리치를 밀어내고 결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기성 정치권의 무능
현재 아르헨티나 대선 구도는 다음과 같다고 보면 된다.
좌파: 우파 애들이 집권하면 경제 폭망하니까 우리가 집권해서 천천히 망하는게 나음.
우파: 좌파 애들이 30년간 장기집권했는데 왜 경제 폭망함? 차라리 우리가 하는게 나음.
밀레이: 좌파고 우파고 다 경제 조졌으니까 아나코 캐피탈리즘해서 경제 살리자!!!
실제로 정치 혐오감이 극에 달한 청년층의 40% 정도가 밀레이를 지지했다는 분석이 있다.
보라색 밀레이 파란색 마사 노란색 불리치
그냥 나라 ㅈ됐으니까 기득권 아닌 사람 뽑자는 심리가 강한 것이다.
2. 정부의 경제적 무능
현재 아르헨티나는 역대급으로 경제가 막장이다.
살인적 물가상승률로 월급을 받은 날에 다 써버려야 물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심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2022년 이후 지속된 정치 위기로 인하여 한달만에 3명의 재무부장관이 교체되는 등 경제적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장 킬포는 여당의 후보인 세르지오 마사가 현 정권의 "재무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1997년 대선에서 김영삼 정권 기재부 장관이 후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도대체 누가 찍나(...)
3. 밀레이의 선명성
솔직히 지금 여당 후보도 확실한 좌파가 아니고 야당 후보도 자유주의 성향이 있어 나름 중도 보수인데 반해 밀레이는 공약이 매우 확실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을 나열해보자.
- 자국 통화 폐지, 달러화 도입
- 10개의 정부 부처를 즉각적으로 폐지
- 중앙은행 폐지
- 2020년 미국 대선은 부정선거였고 바이든은 공산주의자
- 총기 매매 전면 합법화
- 성매매 전면 합법화
- 마약 전면 합법화 (!)
- 장기매매 합법화 (!!!!!!!)
밀레이는 자칭 아나코 캐피탈리스트인데 이 사상은 정부가 경제에 1도 개입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레이의 경제 공약은 역대급으로 막장이며 사회 정책도 딥스테이트 음모론에 기반한 것 같은 막장이 많다.
또한 밀레이는 유세장에 전기톱(위 사진)을 들고 뭔가를 마구 자르는 기행 퍼포먼스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청년 층에서 컬트적 인기가 있다. 그래서 별명도 "아르헨티나의 체인소 맨"이다. 이는 최소한 씹노잼에 무능하기까지한 마사나 불리치보다는 낫다는 뜻이다.
결선 투표는 어떻게 될까?
대선 전 양자대결에서 밀레이 41.0%, 마사 39.9%가 나왔다. 확실한건 두 후보가 매우 접전이라는 점이다.
마사와 밀레이 양쪽에게 유리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마사에게 유리한 점
- 여론조사에 비해 부진한 밀레이: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밀레이가 꽤 부진했다. 밀레이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마사가 7%p 차로 1위를 기록하며 상당히 선전했고 이를 탄력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 밀레이의 막장성: 밀레이 당선 시 경제 파탄을 우려한 국제 증권이 요동쳐서 기성 세대가 마사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밀레이의 정책이 전혀 진지해보이지 않아 점점 김이 세고 있다. 이는 <체인소 맨>의 애니메이션이 엉망이라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거품도 빠지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기성 세대의 지지: 아르헨티나 대선 투표율은 기성세대가 높고 청년은 낮은데 보시다시피 밀레이의 주 지지층은 돈 없는 청년층이라 결집을 유도하기 힘들다.
2. 밀레이에게 유리한 점
- 불리치 지지의 동향: 24%를 얻은 불리치가 어느쪽으로 갈지 의문인데 밀레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일단은 높다. 불리치도 신자유주의자이고 우파이기 때문에 마사보다는 불리치로 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 마사의 엄청난 비호감도: 경제도 조지고 모든걸 조진 현 정권의 책임자가 대선 나간다는 것부터 일단 극혐 요소라고 볼 수 있다.
- 콘크리트 지지층: 원래 결선투표에 나갈때는 중도 후보보다는 핵심 지지층 결집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선명한 후보가 더 유리한 경향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2016년 대선의 트럼프를 들 수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같이 정치 혐오도가 높은 나라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이 확고하다는 것은 밀레이의 이점이다.
개인적으로는 5.5 대 4.5의 비율로 마사의 당선을 예상한다. 하지만 웃기고 유머러스한 꿈과 희망의 아나코 캐피탈리스트 밀레이를 지지하겠다.
메시 대통령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