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북한 소설에서 묘사된 국군의 '북침'

"기상! 폭풍!"

전등불이 확 켜지며 눈살을 꼿꼿하게 만들었다. 비옷도 없이 달려온 직일군관(당직군관)의 검스레한 모습을 보며 운학은 무슨 비상소집인가 하고 생각하며 습관된 동작으로 재빨리 일어나 바지를 꿰었다. 웃옷을 입으며 시계를 얼핏 보니 시침이 네시쪽에 가있었다.

쏟아지는 비속을 뚫고 청사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여러명이 나와있었다. 그의 상관은 인사고 받지 않고 긴장된 얼굴로 "지도를 꺼내오."라고 잘막히 알렸다. 뭐라 이름할 수 없는 긴장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무슨 훈련입니까?"

문학이 얼굴에 비물을 닦으며 묻자 부장은 거의 애처로운 빛으로 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리승만괴뢰군이 38선을 넘어섰소."

(중략) "과연 전쟁인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두눈을 감으셨다. 화염이 휘몰아치는 분노에 열띤 사색의 틈바구니에서 튕겨나온 이 물음앞에 그이께서는 숨결이 가빠오셨다. 비통과 분노로 굳어졌던 정치위원의 모습이 떠오르셨다. 모두가 전쟁을 기정사실로 인정하였다.

도발을 중지할데 대한 정부 성명 발표에 긍정은 하면서도 누구나 그에 기대를 걸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도 같은 견해이시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저버릴수 없으셨다. 단 몇분이라고 희망을 안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단 일분이라도 늦추고싶으셨다.

하여 그이께서는 내각청사로 곧추 차를 몰게 하신것이 아니라 보통문쪽을 에돌게 하셨다.

 

-1990년작 소설 '50년 여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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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물어봐두 일없겠는지유?"

"서슴지 마시고 말씀하십시오. 제 아는껏 말씀올리겠습니다."

박정언은 한동안 담배만 뻐금뻐금 빨았다. 바재이는걸 보니 물어보자는 문제가 가볍지 않은 모양이었다. 홍지명이 어서 말씀하라고 거듭 권해서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알자는건 다름이 아니오라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는가 하는거예유."

홍지명은 겸허하게 웃었다.

하면서도 로인이 십분 그런 말을 할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평연한 얼굴 표정으로 자못 궁금한듯 물었다.

"로인님, 누가 헛소문을 퍼뜨리지 않았습니까?"

박정은 면청 서기와 널재마을 넷째녀석이 그런 헛소릴 했다는 말을 차마 번질수 없었다.

"로인님. 로인님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바로 우리 조선을 저들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미국놈들이 리승만을 사촉하여 먼저 일으킨 전쟁입니다"

(중략) 그는 미제침략선 '샤만'호 사건으로부터 력사에서 '신미양요' 라고 부리우는 1871년 미국군함 '모노카시' 호의 강화도 침입사건을 거쳐 오늘의 조선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한 미국놈들의 책동을 력사적 사실을 추려가며 이야기했다.

"으흠, 일인즉 바루 그렇게 된게구만. 고현놈들!"

박정언은 눈을 뚝 부릅뜬채 주먹을 후들후들 떨었다.

"난 그런줄을 쇠통 모르구서... 용서하시유. 이 미련한 촌늙은이를..."

 

-1987년 소설 '전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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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아시다시피 북한은 철저한 '북침' 날조에 의거하여 국군이 먼저 쳐들어갔다고 선동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은 소설에서도 아주 잘 나타납니다.

전자의 소설 '50년 여름' 에선 북침에 직면한 군관의 바쁜 모습과 김일성의 고뇌로,

후자의 소설 '전선' 에선 잘 모르는 노인에게 미국의 악행을 알려주는 식으로 북침을 선전합니다.

뭐... 소설이 애초에 허구의 이야기라는 걸 생각하면 소설의 정의에서 벗어난 건 아닌데,

문제는 북한은 이런 소설을 이용하여 북침을 사실인 것 마냥 지껄이는 게 문제죠.

우리 입장에선 그냥 웹소설 축에도 못 드는 3류 대체역사소설일 뿐입니다.

 

출처 : 북한 소설에서 묘사된 국군의 '북침' | 작성자 무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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