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레 | 사회 ] 尹식 '공정수능'은 없었다...2023 수능도 교육카르텔의 승리
2023년 12월 9일 토요일 제3호
강태훈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킬러문항 배제는 없었다'
결국 실패한 尹식 '공정수능'
정부는 7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킬러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변별력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수능 기조가 수험생 불안감을 자극해 사교육 수요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150점으로 지난해보다 16점 상승했다. 올해 국어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3점으로, 최고점과 17점 차이 난다. 이 구간 점수 차가 클수록 최상위권~상위권 변별력이 강화됐다고 보는데, 지난해(8점)보다 강화됐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145점)보다 3점 올랐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3점으로 최고점과 15점 차이 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점보다 커졌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로 난이도를 가늠하는데, 올해 1등급 비율 4.71%는 영어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를 두고 “소위 킬러문항이 배제됐지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공교육 과정 안에서 출제하면서도 상위권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출제당국은 수능을 여러번 치러 재학생보다 성적대가 높은 ‘N수생’ 규모를 추정해 난이도를 조절하는데 올해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비율은 35.4%로 28년 만에 최고치였다. 그러나 준비 없이 수능에 뛰어든 ‘허수’도 많아 엔수생들이 예상 밖으로 고전하면서 표준점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현 수능 체제 도입(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던 2019학년도 수능 때와 같은 점수다. 당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성기선 평가원장이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도리어 자신들이 말하는 '교육 카르텔'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은혜누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