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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레 | 오피니언 ] 수능의 문제는 수능이 아니다. - 이브레 교육 칼럼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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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1968 - 근로신문 주필

 

윤석열 정부가 올해 7월 킬러문제 배제를 통한 수능 "개혁"을 추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후 치러진 첫 수능은 수능 시행 이래 가장 어려웠던 수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어 1등급 컷이 84점, 2등급 컷이 77점이고 영어 1등급 비율이 4%대 중후반에 그치고 있는데 이것은 2022년 수능과 맞먹는 수준으로 학생들이 올해 수능을 어렵게 느꼈음을 의미한다. 킬러문제가 없었다는 것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 수학 22번 문제는 정답률이 1.5%에 불과했다. 유일한 수능 만점자와 수능 수석 모두 시대인재 학원 수강생으로 드러나며 "사교육을 규제한다"라는 정부의 공언도 무색해졌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다시 진단해야한다. 우선 사교육에 대한 개개인의 유혹을 근절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부터 살펴보자.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사교육을 수능판에서 한순간에 배제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목표이며 윤석열 정부가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수능은 80분 안에 국어를, 100분 안에 수학을, 70분 안에 영어를 푸는 문제이다. 프랑스처럼 시험 시간이 매우 길면 상관 없겠지만 한국의 모든 수험생들은 80분 안에 대학교 논문 수준의 글 4편과 문학작품 여러개를 풀어야하고 그것의 80% 이상을 맞춰야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다. 어릴때부터 책을 수십권씩 읽었다면 가능하겠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리가 없으며 수능의 독해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독해와도 동떨어져있어 사교육의 도움 없이 "수능" 수준의 독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국어였지만 영어나 수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것을 윤석열 정부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진정한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는 어렵다. 요점은, 킬러문제가 있든 없든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이번 윤리와 사상 과목은 1등급 컷이 50점이었고 2등급은 블랭크였다. 45점까지 3등급이었으나 1문제만 틀려도 3등급이었던 것이다. 이는 분명히 쉬운 시험이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윤리와 사상 과목의 사교육 시장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킬러문제나 수능 난이도와 사교육이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 것은 일차원적으로 말하자면 수능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이고 복합적으로 말하자면 모두가 1등급을 맞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1등급의 비율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남이 더 뛰어나면 (이번의 윤리와 사상 과목처럼) 2등급이나 3등급을 받는데 그러면 대학에 가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걸 쏟아서 1등급으로 올라서고자 하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사교육일 뿐이다. 사교육만이 문제인가? 사실 상위권 학생들은 공감하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1등급을 맞기 위해 수능 한달 전부터 수능과 똑같은 일정으로 살아가는데 이것은 사교육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절박함"의 차원이기에 사교육을 하는 정신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진정한 사교육 타파는 1등급을 맞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


한발 물러나, 대의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보자. 보다 본질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사교육을 끊는 대의가 현실적 차원의 문제를 떠나 정당성을 가지느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교육은 모두에게 평등해야하고 그래서 공교육의 개념이 나왔다. 사교육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가는 일이다. 한달에 수백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최고 수준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메가패스나 이투스패스가 어떤 학생들에게는 꿈도 못꿀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그렇게 본다면 사교육이 개입된 공교육은 프랑스혁명 이후 확립된 "평등"이라는 교육의 핵심적인 목표를 해치고 있기에, 사교육을 규제하는 대의 자체는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교육을 넘어서 사적 차원에 있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체제에 구속되는 것으로 가득 차있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얻어서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게 대다수 학생들의 생각이 아닌가. 200년전 카를 마르크스가 지적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체제에서 모든 문제는 금전, 수량화되며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영역으로 환원된다. 대학교는 취업양성소이며 많은 수험생들이 이 취업양성소에 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사교육에 쏟아 붇는다.


한마디로 말해, 사교육의 문제는 모든 학생들의 1등급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며, 그 열망은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환원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수복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고귀한 대의는 좌파가 따라야할 장기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생각해봐야할 것은, 사교육만이 문제일까라는 점이다. 불공정한 토대 위에 지어진 불공정한 시험 시스템이 있고 해야할 것은 시험시스템이 아닌 토대의 변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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