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전

[ 이브레 | 오피니언 ] 21세기 사상 탄압 - 일봉동 편집국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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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누나 - 편집국장

 

요즘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는 '사상검증'이다.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에서 시작한 게임계 페미니즘 논란이 심화되면서  다른 게임에서도 소위 말하는 '사상검증'이 시작되었다.


이번 메이플스토리發 페미니즘 논란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 은 어찌 보면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튜디오 뿌리'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있는 어느 팀장급 여직원이 소위 '집게손'이라는 남성혐오적 표현을 게임회사 '외주물'에 무단으로 삽입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즉, 혐오적 표현을 교묘하게 숨겨 본청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논란은 빠르게 퍼지면서 게임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요일 새벽 2시에 넥슨 본사에는 불이 켜졌고 다른 게임들도 '스튜디오 뿌리'에서 제작한 모든 외주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메이플스토리 디렉터인 김창섭 디렉터는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고 그것을 드러냄에 있어서 일련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문화, 그리고 그런 것들을 몰래 드러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저희가 얼마나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는지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강경 대응의 뜻을 전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측의 조치에 반발하는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들어 주장을 전개한다. '집게손' 같은 표현을 넣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장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이번 일의 논점은 페미니즘이 아닌 어떠한 개인의 사상을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수주받은 외주물에 삽입해 원청에 재산적 손실을 입힐 수 있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원청과 하청 상 문제가 있기에 이러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그러나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도 비판의 화살이 겨눠지고 있다. 요지는 이러한 '남초 커뮤니티'가 혐오적 표현을 작품에 드러냈냐 아니냐의 여부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 SNS에 남성혐오를 한 사람에게까지도 제재를 가하라는 논리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점 이탈 속에 남성 위주 커뮤니티는 결국 그 주장의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게임 회사와의 공방전에서 '승리'를 거둔 남성 위주 커뮤니티는 조금이라도 페미니즘적인 면이 있는지를 찾아서 소위 말하는 '좌표'를 찍고 제재를 가한다. 기업은 주 소비층인 남성 소비층에서 항의하니 그것을 들어 줄 수밖에 없고, 잘못 끼워진 단추는 지금까지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페미니즘과 여성 위주 커뮤니티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과도한 혐오에서 비롯된다. 혐오는 이성적 판단을 흐린다. 정녕 그들이 정당한 불만을 제기하고 싶다면 혐오심에서 벗어나 이성적 판단할 필요가 있다.


사상 검증하고 자신과 사상이 맞지 않다고 집단 린치하는 시대는 이제 갔다. 소위 말하는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정녕 진짜 저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필자는 페미니즘을 포함해 모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겠다. 물론, 그러한 사상을 재산 손해까지 입힐 수 있는 사업적인 영역에서 표현하는 것은 명백히 지양하여야 한다.


두 진영에 고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때 우리 사회는 성숙해질 수 있다. 맹목적 혐오가 아닌 건전한 논쟁을 통해 발전하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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